한은은 하반기 통화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뛰기만하는 물가를
잡기위해선 "돈줄을 죌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실제 지난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5.2%상승, 연말억제선인 6%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엔
농산물값과 국제원자재가격이 속등하고 있어 어떤식으로든 물가관리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한은의 통화관리강화는 결코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물가가 불안한 기미를
보일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통화당국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서
통화의 고삐를 조이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일까.

이에대한 해답은 통화론자의 화폐수량설에서 찾아볼수 있다. 화폐수량설
의 출발점은 "MV=PY"로 표현되는 교환방정식이다. M은 통화량, V는 통화
유통속도, P는 물가수준, Y는 실질소득을 나타낸다.

교환방정식은 결국 한 경제가 균형상태에 있을때 명목적인 총지출(MV)과
명목적인 총소득(PY)은 같아야함을 나타낸다.

통화론자들은 통화유통속도(V)는 일국의 거래관습이나 거래제도에 따라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실질소득(Y)도 단기적으론 일정하다고 전제한다.

이 가정에 의하면 통화량과 물가는 1대1의 비례적 관계를 갖는다. 통화
유통속도와 실질소득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통화량과 물가는
비례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논리를 현실경제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많다. 이른바 케인즈
학파는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의 부분적인 원인이 될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요한것은 공급측면에서 유발되는 인플레
압력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경우엔 총수요가 늘더라도 물가는
오르지 않고 생산량이 증가하며, 경제가 완전고용수준에 있는 경우엔
총수요가 늘어남에따라 임금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증적으론 통화량과 물가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자.

지난 20여년간 물가는 80년대 중반을 제외하곤 평균 10%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71년 1월부터 94년7월까지
통화량은 물가에 비례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분석을 토대로 통화량만이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 대상폭을 좁혀 71년부터 81년까지를 분석하면 통화와 물가는 오히려
반비례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73년과 77~78년중 총통화(M)증가율은 40%
수준에 근접했지만 물가상승률은 5~10%선에서 안정됐다.

거꾸로 73~74년과 79~81년에는 통화증가율은 안정됐으나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등으로 물가는 급등했다. 특히 73~74년중에는 단위노동비용이 30%
가까이 상승, 물가불안이 초래됐다.

결국 통화와 물가는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나 물가는 통화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재가격 단위노동비용등 많은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고삐를 잡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통화고삐만 잡는다고 물가가 안정된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임금
상승억제등 다각적인 종합물가대책이 병행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관리강화로 엉뚱한 부작용, 예컨대 금리상승이나 자금시장왜곡현상
만이 나타날수도 있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