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흔히 요즘 신세대를 이렇게 부른다. 개성이 독특하고 기존
세대와는 분명 다르지만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다는 뜻에서다.

어쨌든 X세대의 출현은 사회 각 분야의 분위기를 바꿔 나가고 있다.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보수적인 은행의 특성상 신세대문화가 자리잡을 여지는 적다.
그렇다고해도 신세대가 은행에 진출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단지 눈에 두드러지지 않을 뿐이다. 이들은 업무처리에서부터 기업문화까지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노웨어세대".

상업은행 조모과장(42)은 이제 갓 입행한 직원들을 이렇게 부른다. 하고
많은 호칭중에 굳이 노웨어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지난6월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당시 조과장팀이 부장으로부터 받은 "오더"는 금융전업기업군에 대한 연구.
조과장은 이 지시를 받고 습관적으로 전화번호수첩부터 꺼내 들었다.

연구소나 관련기관에 있는 친구들에게 기초자료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일주일이면 자료를 구할수 있으려니"했다.

그러나 조과장은 곧바로 그의 예상을 수정해야 했다. 불과 3시간만에 모든
자료를 구할 수 있어서였다.

조과장이 주먹구구식 일처리에 반성을 해야만 했던 연유는 이렇다. 지난해
입행한 김모씨(27)는 부장의 지시를 받자마자 컴퓨터를 붙들었다.

그리고 약30분간 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원하는 자료가 줄줄이 프린트
되어 나왔다.

나머지 2시간30분은 인쇄시간. 그저 문서나 그럴듯하게 작성하는데 이용할
줄 알았던 컴퓨터에서 엄청난 자료가 쏟아져 나올줄은 조과장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후부터 조과장은 이들을 "노 웨어(know-where)세대"라고 부르기로 했다.
자신들이 경험에서 일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노하우(know-how)세대"라면
후배들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있는 세대라는 뜻에서다.

이른바 "컴퓨터세대"와 "컴맹"이 무엇인지를 실감했다는게 조과장의
얘기다.

하나은행임원부속실의 안선종씨(27). 그는 "퀴즈왕"이다. 그것도 보통
퀴즈왕이 아니다.

국내 최초로 해외여행이 보너스가 걸린 퀴즈프로그램의 첫 우승자이다.
안씨가 퀴즈왕으로 탄생한 것은 지난88년.

대학생시절 "퀴즈아카데미"란 프로그램에서였다. 안씨는 당시 "용마"라는
이름으로 출전, 프로그램이 생긴이후 처음으로 "7주연속우승"을 따냈다.

안씨의 이력을 굳이 들추는 것은 이런 이력이 은행생활에도 그대로 투영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되 절대로 기존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것이
윗사람들이 말하는 안씨의 업무처리스타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산상포럼". 산상포럼은 매주 임원들과 직원들이 함께 산에
올라 나누는 대화를 가리킨다.

토요일오후 임원들과 직원들이 모여앉아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자는게 처음
경영진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딱딱한 사무실에서 격의없는 대화가 나올리 만무했다. 안씨는
건방지게도 즉석에서 장소를 산으로 옮기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은 은행장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하나은행과 상의하면 방법이 있습니다"란 텔레비전광고문안도 안씨가
아니었다면 탄생할수 없었다는게 소속팀장의 귀뜀이다.

은행에서 신세대의 진출은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워낙 보수적
이고 연공서열식사회이다보니 기존 분위기에 묻히고 마는게 일반적이다.

그렇다고해도 신세대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최근 은행들의 각종 홍보디자인을 보면 금방 알수 있다.

"두번째 신혼을 맞이하세요"로 시작되는 기업은행의 개인연금신탁안내문
이나 원색적인 색상을 사용한 상업은행의 "한아름마이홈통장" 팸플릿이
대표적이다.

이런 디자인은 임원이나 부장급의 결재과정에서 많은 난관을 거쳤다.
기성세대로서는 "점잖지 못하고 신중하지 못한"아이디어여서 였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역시 점잖지 못한 고객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게 자체 평가다.

신세대들은 기존 은행원으로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감행,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업무처리.

자신의 일만 끝내면 그냥 퇴근하는게 요즘 은행원이다. 도움도 받길 싫어
하지만 도와주려고도 않는다.

행여 지점장이 업무지시를 조금이라도 늦게 내리면 불만의 표정이 역력
하다.

"지점장이 빨리 지시했더라면 일찍 끝낼일을 늦게해서 퇴근을 늦게
만든다"는 투다.

아무리 상사의 "명령"이라도 선약이 있는한 늦게까지 술자리를 같이 하는
법도 없다.

신세대의 진출. 윗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려해도 부정할수 없는 현실이다.
아울러 "주판세대"를 교육하던 프로그램에 따라 이들이 교육받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주판과 컴퓨터의 차이를 빨리 메우는 은행이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