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마작을 즐긴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즐긴다"는 바둑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마작
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 마작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의 수"게임이 요즈음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벌이는 자동차업자들간의 "보이지않는 전쟁"이
그것이다.

전쟁의 내막은 무엇인가.

왜 일어나고 있을까.

그 귀결은 어떻게 될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중국이라는 자동차시장의 확보는 절대절명의 명제이고 반드시 한자리
차지해야겠다는 것이 우리 자동차업계의 각오다.

중국은 큰 나라다.

땅이 크다 보니 자동차나 비행기, 그리고 통신등 이른바 "현대판 축지
기구"의 필요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중국의 인구는 12억이나 된다.

이중 지금 당장이라도 자동차를 굴릴수 있는 1인당국민소득 3천달러 이상
인구가 6천만명으로 추산되며 연안지방의 성장속도로 미루어 조만간 이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인구가 3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이 멀지않아 유럽 북미에 필적하는 자동차의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추론에 근거한다.

상해VW(폴크스 바겐)의 독일인 부사장 피터 로씨는 중국을 두고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자동차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예상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도 지난해 1백24만대의 차량을 생산한 자동차생산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생산의 대부분이 상용차였으며 승용차는 겨우 20여만대에 불과
했다.

수요공급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국정부는 2000년대까지 승용차 생산을
2백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여기에 끼어 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머리 싸움"이 이른바 "자동차전쟁"
이다.

바로 이 전쟁에 우리 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부품기반이 확보돼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선부품 후완성차"라는 접근 모델을 제시해 놓고 외국업체들이 따라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우가 제일먼저 이를 수용, 부품생산에 뛰어들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주용기부총리는 지난 6월29일 북경 조어대에서 열린 제1회
한.중미래포럼 세미나에 참석중인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에게 자동차부품공장
합작승인을 통보했다.

대우가 기선을 잡은 것이다.

대우 그룹은 이에 따라 장춘의 중국제일 차집단공사및 산동성정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고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대우그룹의 투자주체는 (주)대우이고 기술및 인력은 대우자동차에서 제공
하게 된다.

합작규모 20억달러에 지분은 대우 50%,제일기차집단공사 25%, 산동성정부
25%로 배분될 예정이다.

대우는 산동성의 연대 위해 청도와 길림성의 장춘등 네 곳에 부품 공장을
세워 엔진 트랜스미션등 연간 30만대분의 승용차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선부품 후완성차"라는 미끼가 어느정도의 성실성을 지니고
있는 제안이냐는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시말해 중국이 "몇장의 조립공장 면허를 내줄 계획을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한장? 두장? 아니면 석장?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자동차생산국들
대부분이 "빅3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 기아 대우가 그것이다.

자동차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다 보니 생겨난 현상
인지도 모른다.

미국에는 "빅3"이외에도 AMC가 있으며 일본에도 마쓰다 미쓰비시 다이하쓰
등 작은 규모의 회사가 있고 한국도 쌍용 현대정공등을 가지고 있지만 통상
"빅3"라고 부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왔다.

이에반해 중국에는 무려 1백27개의 자동차 조립공장이 난립해 있다.

연간 1만대 이상 생산하는 공장은 21개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는 1만대
이하, 심지어는 연 3백대 정도 생산에 만족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자동차 공장들은 영세하고 비효율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이들을 통폐합, 숫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며 이를 이미 진행시켜 오고 있다.

이른바 "3대"(장춘=아우디,호북성=시트로엥,상해=폴크스바겐), "3소"
(천진=다이하쓰,북경=AMC,광주=푸조) 2미(장안=스즈키,귀주=후지)라 하여,
8개의 회사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요즈음은
이것도 너무 많다고 느껴 그 숫자를 더 줄일 계획으로 있다는 소문이 흘러
나오고 있다.

중국이 "빅3체제"를 채택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빅3=3대"는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수의 티켓이 더 발행될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중국이 불과 1장의 티켓을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그 티켓의
주인공은 미국 일본 한국 아니면 유럽의 어떤 회사중 누가될까. 객관적인
선정기준으로 볼때 한국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한국의 업체가 최소한 한장의 티켓이라도 확보할수 있으려면 중국으로부터
몇장의 티켓이 발행돼야 할까.

이미 8개(3대+3소+2미)회사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찾아가기로 한
중국이 과연 몇장이나 더 발행할수 있을 것인지.

만약 여러장의 티켓이 발행되어 다행스럽게도 그중 최소한 1장의 티켓이
한국에 주어진다면 그 티켓의 주인공은 현대 기아 대우중 누가 될 것인가.

과연 대우의 "선부품"전략이 "후완성차"를 확보할수 있는 담보가 될수
있을 것인가.

"선부품 후완성차"라는 원칙이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가 많은 개념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품이란 꿰맞추는 일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부품은 완성차의 크기나 모형이 정해지고 난후에 가능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송훈천북경사무소장은 "이런 차원에서 현대는 중국지도부에
대해 완성차에 대한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난후에 부품을 얘기하자는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기조실의 김윤식이사도 "우리도 부품공장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이지 이를 완성차쪽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무엇이든 자동차조립공장 면허증을 확보하려는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결과는 96년에 가봐야 알수 있다.

중국이 그때까지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선 부품에서 "성의"를 보여달라는 주문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장사방법치고는 괜찮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