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 통신망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한가지 있다.

외국의 "인터네트"나 "다이얼로그" "컴퓨서브"등이 주로 데이터베이스
영역이 많은 것에 비해 국내의 "하이텔"이나 "천리안"은 전자게시판(BBS)
분야가 상대적으로 발달돼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정보의 생산자가 일정한 형식에 따라 자료를 축적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태를 띤다. 전자게시판은 사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공개하고 서로 주고받는 특징을
갖는다.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각종 동호회 활동,공개프로그램의 축적,컴퓨터
활용사례보급,통신을 이용한 창작 수필 소설등의 발표등은 사용자들
스스로가 가꿔나가는 전자게시판의 영역이다.

외국의 컴퓨터 통신망이 자료를 축적해 보급하는 정보의 전달통로였다면
우리의 컴퓨터 통신망은 사용자들이 뉴미디어의 매력에 이끌려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신명나는 세계였다.

지금도 통신망에 쌓여있는 수많은 공개용 프로그램과 자료들은 사용자들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룩해 놓은 것들이다.

하이텔은 우리나라 컴퓨터통신망의 산역사이며 중요한 재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여만명을 웃도는 국내 최대의 사용자수와 방대한 자료의 양도 그렇지만
하이텔이 한국적인 정서와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컴퓨터 통신망이기
때문이다.

하이텔이 최근 노사문제로 인해 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영에 위협을 받고
있다. 컴퓨터 통신인들은 안타까움과 서운한 감정을 갖고있는것 같다.

"하이텔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강한 일체감을 갖고 있던 사용자들은
노사 모두가 사용자를 주인된 자리에 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파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텔이 그간 수많은 사용자들의 정성이 모아져 이룩된 것임을 인정
한다면 이를 볼모로 하는 행위는 없어야할 것이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