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자원부가 25일 발표한 "소프트웨어(SW)산업구조 고도화계획"은 날로
커지고 있는 이 분야의 중요성에 비추어 관련중소기업을 중점 지원하겠다
는 정부의 의지만을 놓고 본다면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계획을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를 젖혀두고 상공자원부가
일방적으로 입안하고 발표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우리 정부내에 만연하고
있는 부처이기주의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는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결국 이 계획은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부처간에 적지 않은 마찰을
일으키고 업계에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리는 상공자원부계획의 핵심인 기술개발과 이에 대한 지원문제를 이미
과학기술심의회에서 확정한 "핵심SW개발사업"(STEP 2000)에 반영시켜
추진함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STEP 2000은 SW소관부처인 과기처를
중심으로 마련된 범부처적 국가계획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상공자원부가 느닷없이 STEP 2000과 대부분 중복되는 내용을
자체계획으로 따로 떼내어 발표한것은 내몫챙기기를 빼놓고는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상공자원부는 이번 계획을 만들면서 SW주무부처인 과기처와 의논한마디
없었으며 발표 1주일전 우연히 이를 알게된 과기처담당관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는 후문이다.

모두가 입으로는 "기술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부처통폐합론이 나올
때면 으레 과기처가 맨먼저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이고 보니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과기처위상은 짐작이 간다.

이번 계획의 내용을 봐도 형식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SW업체의 창업
지원을 위해 기존의 각종 자금들을 연계하여 지원토록 돼있지만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요인인 담보제공상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준다는
방안이 없다.

또 유망 SW업체에 기술지도를 해준다는 계획도 과기처산하 전문가들을
제쳐놓고는 생각도 할수 없는 사업이다.

SW산업은 한국인의 적성과 한국기업의 실정에 가장 부합되는 산업으로
꼽힌다. 우수한 두뇌만 있으면 큰 자본이 없어도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시장규모는 현재 1조7,000억원 정도지만 세계시장은 2,000억달러
(160조원)에 이르고 있고 97년에는 3,000억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무한성장이 기대되는 미래산업이다.

그러한 유망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데 이의가 있을수 없다. 다만 그
지원이 부처간 밥그릇싸움의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모든 정부정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SW산업 지원정책의 경우 효율성이 생명이고 그것은
범부처적 협력에서만 나올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