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세형평에 있다. 애당초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주장도 금융사고 방지차원보다는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제기됐다.

"금융실명제를 83년 7월1일부터 실시한다"는 내용의 7.3조치가 나오기
1년2개월전인 81년5월16일. 당시 민한당 소속 이재근의원은 예금과 증권에
대한 실명제와 이자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의 실시를 주장했고 그것이
실명제실시의 기원이 됐다는게 정설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도 종국적
으론 금융소득종합과세에다 주식양도차익과세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부가 실명제 실시 1주년을 맞아 "실명제 성공"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금융실명제는 기상천외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발로 걷는게 당연한데
그동안 손으로 걸어왔을 뿐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한게 바로
실명제다"(이경식부총리)라는 지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멀다.

"실명제가 금융거래 실명화에 한한다면 그건 금융기관장들이 모여
"지금부터 모든 거래는 실명으로만 한다"라고 선언해서도 될 수 있다"
(한동우 동양투금사장).

문제는 앞으로 실시될 금융소득종합과세다. 96년부터 시행될 금융소득
종합과세 관련 세제개편안이 나오자 단기예금으로 저축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가 하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등 벌써부터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전망과 분석이 항상 들어 맞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종합과세가
실시되면 돈이 세금을 피해 움직일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홍재형
재무부장관의 "뒤주론"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일 게다.

"실명제를 한 것만으로 "개혁했다"고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금융실명제와
함께 금융자율화와 끊임없는 제도개선이 뒤따라가야 합니다. 실명제 혼자
외롭게 가서는 실명제 자체의 성공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경제개혁
효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강경식 민자당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