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흐름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의심을 살만한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오던 투자가 주춤하고 생산이 둔화됐다.

반면 수입과 소비가 늘고 물가가 껑충 뛰어 이미 연말 억제선을 다
채웠다. 과연 경기가 계속 호조를 지속할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이런 이상징후에 대한 진단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일시적인 조정국면
이라는 게 첫번째다. 5,6월 연속 10%를 넘었던 산업생산증가율이 7월중
7%로 떨어지긴 했으나 침체국면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과정에서 나타난 물가상승압력등을 해소하는 과정
에서 나타나는 조정국면이라는 얘기다.

이 기간을 거치고 나면 다시 성장세를 탈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의 성장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7월중엔 이상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노사분규로 인한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전월대비 산업생산 감소율 4.5%중 3.3%가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등의 노사분규 때문이었다는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같은 "단기조정론"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면에서의 이상조짐도 그리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민간기계수주가 주춤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소비증가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보다 높지 않도록 하는 완만한 긴축정책이
바람직하다"(김주형 럭금경제연구소 이사)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진단에서다.

반면 7월을 고비로 경기상승세가 고비를 맞고 있다고 볼 수 도 있다.
투자가 주춤하고 소비가 과열로 치달을 경우 경기상승세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성장의 두 수레바퀴를 투자와 소비라고 보면
7월을 고비로 성장의 견인차가 투자에서 소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초기에는 투자가 이끌다가 나중에는 소비가 경기를 지탱하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보면 경기는 상승기에서 하향기로 접어드는
문턱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경기상승이 단기에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임금 금리면에서 아직도 고비용체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서 찾을수 있다.

임금상승률이 지난해의 12%수준보다 높은 14-16%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되는데다 금리도 회사채수익률이 13%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는 수그러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호황이 지속됐다고 하나 성장세가 본격화된지는 오래지 않았다.
수출이 본격적인 상승궤도에 자리를 잡았다고 할수 도 없다.

더구나 수입증가율은 30%선을 넘어서 국제수지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서
투자가 무너져 버린다면 경기상승세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지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조짐은 가볍게 지나쳐
버릴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경기움직임을 면밀히 판독해 대응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