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우 규

신정부출범과 함께 제시된 신경제계획에 의하면 신경제계획실시후 물가가
점차 안정되어 95년부터는 3%대의 물가안정을 달성하는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와 내년의 물가모습은 그러한 계획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것으로 예견된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과연 선진국과 같은 2~3%대의
물가안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대책은 물론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살펴보아도 상황이 단순하지는 않다. 최근의 물가상승 원인은
가뭄의 영향으로 인한 농.축산물의 가격폭등이다. 즉 농산물의 공급부족이
초래되었다.

만약 이것만이 이유라면 6개월정도면 그 영향이 소멸될 것이므로 크게
걱정하지않아도 된다.

그러나 과거 농.축.수산물가격의 변동추이를 보면 공급요인과 함께 수요
요인이 가세될 경우 가격의 급변현상이 나타났다. 즉80년대 3저기간중에
농.축산물가격이 급등하였으며 89년에는 경기침체와 함께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었다.

90~91년의 경기호황시 농.축.수산물의 가격급등현상이 나타났고 92~93년의
경기침체시 농.축.수산물의 가격안정이 소비자물가안정을 주도하였다.

예를들어 경기가 호황이면 외식수요가 늘고 이는 농.축.수산물에 대한
수요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올해의 농산물가격급등은 가뭄으로 인한
공급부족현상에다 경기의활황으로 농산물수요확대요인이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금증가율이 그간의 하락추세에서 상승세로 반전하였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매우 높은 제조업가동률등은 우리경제의
수요압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내년에도 엔고의 시차효과,선진국
경기회복등이 지속된다면 경기활황과 임금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다.

한편 80년대 중반이후 임금이 급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지않았던 이유는 해외원자재가격이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해외원자재가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결국 농산물가격의 급등때문에 물가가 오르더라도
총수요안정정책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이를위한 수단으로는 통화공급의 적절한 긴축과 함께 환율절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당기간 진행되어온 엔고현상으로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절하되어 왔기 때문에 원화의 절상여지가 상당히 있다.

만약 명목환율을 절상시키지 않을 경우 국내물가의 상승으로 결국 실질
실효환율이 절하된다는 것이 과거 3저기간 이후의 교휸이었다. 이러한
안정화정책의 지속적 추진이 소위 단기적 대응이다.

중기적으로는 금융과 실물시장에 대한 개방정책의 꾸준한 추진이 물가
안정의 기반을 마련한다.

대만의 경우 통화관리가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무역수지흑자에도 불구
하고 물가안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채권시장과 증권시장등의 자본시장
개방으로 금리의 국제금리연동, 자본유출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짐으로써
무역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인 종합수지가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머물고 있는등 안정적인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데 크게 기인한다.

더구나 농산물의 수입이 원활하여 식료품가격은 안정되어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공산품시장의 개방확대로
소위 공산품의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나 생필품의 국내시장가격이 하락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개방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장기적 대책은 우리 노동시장의 선진화가 요구된다.

최근의 금호타이어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사태에서 정부의 불개입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불법행위가 용인되고 있는데 이러한 노동문화로는
국제경쟁력은 커녕 중국과 동남아 각국의 추격에서 현재의 위치도
지킬수 없을 것이다.

노동법의 합리적 개정은 물론 정부의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한 중개자,법의
엄정한 집행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