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어느때부터인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일컬어 왔다.

그것은 오랜 관습이나 제도도 정착된 것이 아니고 자연과 인체의 조건변화
가 독서에 적합한 때임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여름의 괴로운 무더위를 벗어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여름동안에
비지땀을 흘려가면서 시달리던 육체와 정신이 맑은 기운을 되찾는 계절이다
보니 책을 읽는데 그보다 더 알맞은 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독서의 계절이 따로 없다.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도 냉난방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는 가을철 못지 않게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수 있다.

서점가에서 책이 안팔리는 계절이 없어지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문제는 독서의 계절적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의 성향에 있다.

국민한사람이 한해에 읽는 책이 4권도 채 되지 않는 독서후진국이라는
사실에서 그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독서량은 선진국들은 물론 다른 중진국들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간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더라도 독서내용의 허상을 발견하게 된다.

베스스트셀러 대부분이 시 수필 소설등 교양서적의 범주를 맴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해 가는 국제화시대의 경쟁을 헤쳐 나가는데 정보의
원천이 될 전문서적들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책을 멀리하게 된다는 사실
이다.

93년에 실시된 한국출판연구소의 국민독서실태조사는 그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가장 왕성히 지식을 축적하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앞장서야할 기성층의
독서공동화 현상이 온게인 것이다.

이렇게 독서후진국민이 된데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제대로 운영되는 도서관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독서환장이 열악하다는 사실
이다.

예산이 없어 신간도서들을 구입할수 없는 도서관들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온국민들에게 독서풍토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할수 있을 만큼 도서관
의 숫자도 많지 않다.

정부가 급기야 올해부터 9월을 "독서의 달"로 제정하고 독서를 권장하는
관련단체들의 갖가지 행사와 강좌 사업등을 펼치게 된다고 하나 그것은
도서관의 확충과 내실화를 주측으로 한 근본적인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공허한 구호와 계절적인 겉치례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벌였던 독서풍토조성 캠페인에서 얼마만큼 실효를 거두었던가를
되돌아 보면 그 답은 자명해진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과감한 도서관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