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산업에 컴퓨터가 도입된 것은 15세기중엽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이후 5백여년만에 최대 사건이다.

독일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인류문화사에 정보의 대량생산과
보급확대라는 정보혁명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량인쇄를 통한 정보의 대중화를 가능케함으로써 인쇄업을 새로운 산업
으로 만드는 기반을 구축했다.

구텐베르크에 의해 금속활자를 사용한 평압식 인쇄기가 발명되면서 인쇄업
이 산업화의 길을 시작했다면 18세기초 유럽에서 발명된 기계식 대용량
인쇄기는 인쇄업을 확고한 산업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20세기 후반 선보인 컴퓨터와 인쇄업의 접목은 인쇄기술의 발달뿐 아니라
인쇄업의 개념자체를 바꾸는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금속활자의 출현이 인쇄의 대량화를 가능하게 했다면 컴퓨터의 도입은
인쇄업에서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으며 인쇄물의 생산 유통 이용자적
측면에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인쇄산업의 태동을 보여주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서 시작된 인쇄업의 산업화는 인쇄를 소수
지식인들이 정보를 기록하고 교육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대량의 정보처리를
가능케해 현대적 의미에서 정보산업의 발달을 촉진시킨 것으로 의미를 부여
할수 있다.

정보처리라는 말은 최근 컴퓨터의 보급증대에 따라 널리 사용되는 용어
이지만 그 근원은 인쇄산업의 산업화에서 찾을수 있다.

20세기 후반들어 정보처리는 컴퓨터 기능을 활용, 혼돈된 정보(데이터)를
의미있는(활용가능한) 정보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업계에서 지칭되는 정보처리와 마찬가지로 인쇄의 본질은 문자와
화상의 표현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인쇄 자체가 정보의 가공처리이므로 정보처리를 위해 발명된 컴퓨터와
같은 것이라고 할수 있다.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이라는 면에서 인쇄산업의 컴퓨터화는 자연적인
발전형태다.

인쇄업과 컴퓨터의 접목은 불가피한 추세다.

인쇄산업은 앞으로 소프트웨어산업으로 새로운 산업형태로 전환할
것이라는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인쇄출판업이라는 고유한 의미에서 기술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인쇄물의
수주, 인쇄물 제조라는 부문에서도 컴퓨터에 의한 생산관리나 경영관리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순수하게 기술적인 관점에서 인쇄기술의 컴퓨터화를 네가지 분야에서
살펴볼수 있다.

첫째, 문자정보처리시스템의 변화다.

워드프로세서로 국한문 글자의 디지털화 기술을 확립, 컴퓨터에 의한
글자처리의 편집과 조판기술이 가능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술수준도 이분야에서 이제 유럽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기능을 보완한 국한문 DTP의 라인업이나 본격적인 문자조판
시스템등 문자정보처리의 시스템은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 정비
되고 있다.

원고쓰기 디자인 레이아웃 단계에서 워드프로세서나 퍼스널컴퓨터가 사용
되면서 인쇄물 발주회사와 인쇄회사는 디지털정보로 연결된다.

컴퓨터로 페이지편집이 가능, 편집에서 출력까지의 인쇄공정이 단한번의
조작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둘째는 화상정보처리시스템의 발전이다.

화상처리시스템은 이미 화상의 수정, 합성, 변형, 색변환, 배치등 컴퓨터
그래픽을 기본으로 디자이너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기술을 제공할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고기능을 탑재한 퍼스널컴퓨터를 사용, 화상처리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화상처리정보에 문자처리정보를 조합, 문자와 화상을 동시에 출력하는
방법도 가능해졌다.

또 컴퓨터 메모리에 구성된 문자화상정보를 판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인쇄
하는 시스템(컴퓨터투프린트)도 실현되고 있다.

제판이라는 수작업이 집적되는 작업형태에서 컴퓨터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제판시스템의 보급도 크게 늘고 있다.

이와함께 조판이나 제판에서 하던 재교정작업을 디자인 단계에서 하는
디자인 워크스테이션 작업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셋째는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시스템의 보급확대다.

컴퓨터의 장점중 하나가 기억용량이 방대하다는 점이다.

대용량 기억장치의 개발로 화상데이터베이스나 화상정보의 효율적인 기억
방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컴퓨터에 의해 기억된 데이터의 재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적 효과는 커진다.

당연히 인쇄기업에 있어 문자및 화상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추진되고 제품
생산과 고객서비스에 사용된다.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통신에 의한 네트워크화는 상호 제휴하고 고객이나
동업자간의 정보교환망이 정비된다.

고용의 변화도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최근 젊은 인력들의 인쇄관련업 기피가 심화되면서 인쇄업계의 고용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 인쇄 제본등 인쇄작업 공정에 자동화를 통한 인력
절감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에따라 인쇄작업 공정은 입력 프린팅 교정 사식 편집 인화 제판 인쇄
포장등 거의 대부분이 전산화되고 있다.

자동화부문은 컴퓨터에 의한 공장자동화와 생산관리시스템의 개발및 활용
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되는 것이 생산시스템에서의 컴퓨터의 활용이다.

인쇄업은 그동안 수주제조에 의존해 왔으며 앞으로도 기본 형태는 변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수주제조는 판매관리 공정등을 복잡하게 만들어 관리비용의 상승을
가져온다.

따라서 앞으로 인쇄산업의 경영은 생산관리가 주체가 되어 효율적인 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컴퓨터 활용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인쇄산업과 컴퓨터와의 결합에 따른 효과는 최근 국내인쇄업계에도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매킨토시의 사용에서 잘 나타난다.

매킨토시가 도입되면서 인쇄전 과정인 조판 편집부터 제판필름에 이르는
공정이 고품질 고기능 고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인쇄업에서 매킨토시는 인력난해소, 인건비절감, 소요시간 절감과 함께
고품질레이아웃, 섬세한 컬러출력등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인쇄업계에는 애플사가 개발한 한글파워매킨토시 컴퓨터가 지난달
선보이면서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

이 제품은 미국이 IBM 애플 모토로라가 공동개발한 고성능 CPU(중앙처리
장치)를 탑재, 매킨토시와 IBM PC간의 호환성을 가져온 컴퓨터다.

신제품은 486급이면서도 공급가를 기존의 8백만원대에서 5백만원이하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한 인쇄 전문그래픽 제판분야 전자출판 통신비디오외에 CD롬 기능을
제공할수 있어 멀티미디어로의 사용도 가능해졌다.

문자와 화상의 표현기술인 인쇄는 정보가공 처리업이므로 고기능 정보처리
도구인 컴퓨터의 지속적인 성능개선은 인쇄산업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인쇄기술의 변화뿐 아니라 인쇄업의 본질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최인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