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시내를 다니다 보면 "북대방정"이라는 기업의 광고가 눈에 자주
띈다.

이 회사의 공식명칭은 북대방정집단공사.

인쇄 편집 조판분야에서 요즘 신성으로 떠오른 특이한 기업이다.

후진국기업이지만 편집조판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 상품화했다.

이 업체는 북경시 해정구 중관촌전자가에 있다.

중관촌전자가란 중국의 실리콘밸리.

이 지역은 일본의 아키하바라나 한국의 용산전자상가보다도 10배이상 넓은
곳으로 소프트웨어개발업체 연구소 퍼스널컴퓨터상점등이 밀집해 있다.

북대방정빌딩 1층 전시실에 들어서서 가득놓인 컴퓨터조판기및 편집기기를
보면 이곳이 정말 북경인가를 의심할 만큼 잘 차려져 있다.

북대방정은 설립동기부터가 남다른 회사다.

산학협동의 차원을 넘어 대학이 직접 설립한 기업이다.

구체적으론 북경대학 4명의 교수가 돈을 내 설립했다.

대학교수가 만든 회사가 성공을 거두기란 세계 어느곳에서든 드물다.

북경대학 계산기연구소의 연구개발결과를 기업화한 탓인지 종업원중
대부분이 북대출신이다.

전시장을 안내하는 전형적인 중국미인형 안내원과 연구원인 그녀의 남편
까지 북대출신 일색이다.

이 회사의 주종상품은 전자인쇄조판시스템.

인민일보를 비롯 중국 대부분의 일간지가 이 회사의 시스템을 활용한다.

우리나라 일간지들이 한결같이 일본기술을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술내용을 살펴보면서부터 더욱 놀라게 된다.

화면표시의 신속성이 일본 제품을 완전히 능가한다.

전시실에서 보여주는 기기는 486기종으로 4색 분판필름이 출력된다.

세계표준이미지센터에 연결이 가능하며 해상력도 뛰어나다.

지난 92년 마카오일보가 북대방정의 컬러레이저사식시스템을 채용, 세계
최초로 컴퓨터조판의 중국문자화상통합 신문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로 남아
있다.

이 기업의 종업원은 300여명에 불과하나 갖가지 기술개발로 세계인쇄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서체의 개발은 해외기업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문자사이즈가 다양한데다 명조체인 송체를 비롯 고딕체 방송체 예서체
수주체등이 선택자판 하나만 누르면 단숨에 전환된다.

책이나 인쇄물 신문등의 조판이외에 수식 화학방정식등까지 조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자외에 한글 카자흐어 러시아어 티베트어 일본어까지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타포그래피수준보다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의 인쇄조판분야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최첨단수준이다.

이에 비해 구입가격은 싸다.

우리업계도 지나치게 일본과 독일의 기술에만 의존하기에 앞서 중국의
기술을 도입, 빠른 시일안에 국산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대학교수들이 직접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 회사까지 설립한
것도 타산지석이 될 듯하다.

<이치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