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초부터 80년대말까지 우리나라 인쇄물의 대부분을 장식했던 바탕체
(명조체)와 돋움체(고딕체)등을 개발한 숨은 공로자들은 누구일까.

한글이 한자의 위세에 눌려 암글 언문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한글을 아끼는
마음과 뜻 하나만으로 한글의 글자체 다듬기에 온정성을 다한 선구자들은
있었다.

납가루를 너무마셔 평생 한약을 옆에두고 살아야 했고 미친짓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변함없이 한글서체를 만든 선각자로는 박경서
최정호 최정순씨등 3명이 꼽힌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박경서씨(?~1965).

1936년이후 5호, 4호 활자를 완성해 활자가 귀했던 시기에 귀중한 글자체를
제공했다.

당시는 물론 광복이후 국정교과서에 사용된 그의 활자는 현재 북한과
연변에서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무로 원래 활자크기의 자모를 새기고 이에 구리를 입혀 떼어낸 뒤 납을
부어 활자를 주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는 특히 한글 세로짜기에 있어서 글자의 기둥맞추기원칙을 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정호씨(1916~88)는 광복이후 바탕체 돋움체 궁체등 40여종의 글자체를
개발해 현재 출판물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글자체 대부분의 원형을 완성한
글자체의 대가였다.

종이위에 글자본을 만들어 이를 이용해 글자체를 개발한 그는 한글의
가로짜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연구 극복하여 가로짜기용 한글
글자체개발원칙을 확립했다.

현재 살아있는 글자체의 산증인으로는 최정순씨(77)가 꼽힌다.

신문용 글자체 개발의 독보적인 인물로 국내신문용 글자체 대부분을 제작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