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선물로 받은 옷이나 넥타이의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때가 많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꼭맞는 선물을 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물 대신에 그 값에 해당하는 돈을 상대방에게 준다면
그것을 훨씬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애써 골라준 선물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것의 현금가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현금으로 선물을 할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선물을 주고 받는 즐거움이란 바로 그같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꼭 집어 알수 없다는데 있는지 모른다.

감정적인 차원을 떠나 순수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건보다 현금을
선물로 줄때 받는 사람의 경제적 복지는 더 커질수 있다.

시계를 주는 대신 5만원의 현금을 주면 시계도 살수 있을뿐 아니라 더
유용한 다른 것을 살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학의 한 경제학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이와
관련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난해 받은 선물들의 가격과 그것들이 자신에게 얼마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었는지를 써내게 했다.

이 조사의 결과는 우리의 예측과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물의 실질적 가격보다 더 낮게 평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선물이 자신에게 주는 가치가 평균적으로
가격의 70~90%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 차이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물건을 고를때 얻는 추가적인
즐거움으로 상쇄된다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지불한 가격과 받는 사람이 부여하는 가치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선물로 주어야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남이 나서서
현금으로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개인 사이에서 주고 받는 일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보조를 해 준다고 할때 물건으로 주는지 아니면
현금으로 주는지는 중요한 일이 될수 있다.

구태여 물건의 형태로 주기를 고집할 경우, 예산은 예산대로 쓰면서
그들을 돕는 효과는 별로 없는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현금으로 보조하면 받는 사람이 알아서 유용한 데다 쓸 것이므로 돕는
효과가 확실하게 나올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면 낭비를 해버리기 때문에 쌀이나 보리
같은 현물로 보조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현금으로
지급된 보조가 유용하지 않은 용도에 낭비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러나 가난하다하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도 좋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가난한 사람도 정당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인정한다면 그가
자유로이 선택할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마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