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경 석 <한국엔지니어클럽 명예회장>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고 미국이 북한에 1백만 경수로 2기를 건설하여
주겠다고 합의한바 있다.

그 건설사업 자금 40억달러는 한.미.일 등이 부담해야 할 것이고, 미국은
공산국가에 첨단기술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형 경수로
8기를 성공적으로 건설운전한 경험을 살려 설계 제작 건설에 북한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을 내세우는 북한은 미국이 경수로기술을 주지 않으면
제3국의 기술을 도입해서 한국을 배제하고 자기들이 사업을 주관할 것을
희망할 것이다.

그런데 8월초 북한이 러시아형경수로를 들고 나오니 한국과 일본의 자금
조달을 기대하던 미국으로서는 한국형 또는 일본형을 제의할수밖에 없었고
또 한국의 희망도 있어 한국형을 제의했으리라고 본다. 일본형을 제의
하지는 않았었는지.

일본에는 45기의 경수로가 가동중이고 12기가 건설중에 있다. 그기술을
원조인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웨스팅하우스(WH)에서 도입하여 국산화
하였다. 경수로 운전경력이 한국의 8배이고 그시설이 6배이다.

일본의 기술수준은 경수로를 설계 제작할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미
1백%국산화를 이뤘으니 일본형경수로가 탄생하여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동경전력이 백기에 최신형이라는 ABWR형 1백36만 1,2호기를 97,98년에
준공할 계획이지만 그경수로를 일본형이라고 하지 않고 GE의 ABWR형이라고
하는데, 그보다 1년씩 늦게 준공할 울진 3,4호기를 한국형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사가 건설계약시 성능보장과 하자보증을 하고
있는데도 한국형이라고 명명한다는 것은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보인다.

한전은 영광 3,4호기와 울진 3,4호기의 핵심부분 장치와 설계를 CE사에
발주하였고 현재도 기술지원을 받으려고,기술자립을 위하여 영광 5,6호기
를 CE사와 수의계약을 추진중이다.

한국의 전원개발계획에 의하면 98년까지는 8기의 경수로건설계약을 체결
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CE사는 최근 10수년동안 한국외에서는 원자로를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CE사는 한전의 비용으로 자사기술을
개발하고 또한 자사건설실적도 올리고 있다.

그러므로 CE형을 한국형으로 명명하는데 회사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원자력연구소등 한국원자력산업계가 한국형경수로를 개발
하였다는 주장에 동조하고 추켜올리면서 한국에서 계속 경수로수주를
올리는 것은 대단히 현명한 상술이다.

어떤 중화학공업도 새로 공정을 개발하면 새공정으로 건설된 공장이 1년
이상의 상업적 실증(Commercially Proven)을 받고 나서 실적이 좋으면
비로소 새공정을 외부에 판촉하기 시작하는 것이 관례이다.

안전성과 신뢰성에 만전을 기하고,또한 기술집약적이며 자본집약적인
원전에서는 이것이 더욱더 강조돼야 한다.

따라서 상업가동을 98,99년에 시작할 울진 3,4호기가 한국형이라면
북한에 수출할수 있는 시점은 2000년대라는 것을 필자는 후진들에게
진심으로 전하려고 한다.

8월초 북.미고위급회담에서 한국형경수로가 논의된 것은 명백한 잘못
이었다. 원자력전문가가 회장에 관여했다면 이런 잘못은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머리가 좋은 박사들이 개발하였다고 과다하게 분식된 한국형경수로가
거리낌없이 한국에서 여론화되었고 또 전세계에도 알려졌다.

1기건설에 20억달러의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첨단기술의 종합체이며,
뿐만아니라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경수로를 한국이 개발하고 북한에
수출한다고 들떠 있는 축제분위기에 북한출신인 필자가 찬물을 끼얹는것
같아서 이글을 쓰면서도 매우 서글프다.

그러나 이러한 솔직한 충고를 대담하게 할수 있는 것이 선배라고 자부할
뿐더러 책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