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8일 발표한 서울5개거점 개발계획은 서울을 국제화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한편 남북통일시대의 수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 5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인구폭증에 따른 생활수요를 감당하느라 미래에의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 결과 갈수록 국제화시대에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이번에 대규모 개발계획을 내놓은 배경은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계획의 방대한 규모와 타당성 여부이다.

첫째 재원조달계획이 너무 막연하다.

서울시의 청사진이 빛을 보려면 공공투자부문만도 5조원이 들어가고
본격적인 사업인 첨단빌딩 텔레포트타운등의 건축비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2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공공투자비 가운데 90%에 가까운 4조4,000억원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키로 한 것은 시로서는 이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의 부채는 93년말현재 3조5,319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2,3기 지하철등 대규모공사를 눈앞에 두고 있어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칫 구상단계에서 끝날 소지가 있다.

둘째 포화상태인 서울에다 400여만평을 추가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통및 주거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손바닥만한
마지막 녹지대마저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쾌적한 서울"의 건설과는 거리가
먼 발상이다.

셋째 한반도 통일시대의 수도기능수행에 초점을 둔다는 구상은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너무 성급한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통일이 될경우 한반도의 행정체제는 완전히 판이 새로 짜여질 것이며 통일
수도문제는 그때가서 행정구조개편계획의 일부로 논의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장 민선서울시장만 들어서도 사업추진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인 판에
통일이후까지 생각해 이처럼 엄청난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너무 짧은 안목이라고 할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산만권개발계획이다.

부산광역권 개발계획이다 하여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장미빛 청사진에
"또 선거철이 오는구나"하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선거용"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이같은 대형 개발계획은 그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진정 서울을 21세기의 국제경쟁력을 갖는 도시로 키우려면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위주의 분수에 맞는 청사진이 마련돼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