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가 그처럼 일본의 철혈재상이 되겠다고 의기양양하게 제일인자의
길을 다려가고 있을때 가고시마로 낙향한 사이고는 다케무라에 있는
자기집에서 농사와 수렵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향이란 역시 좋은 곳이었다.

처자가 있고 밭뙈기가 딸린 집일 있고 그리고 낯익은 이웃이 있으며 어린
시절의 가지가지 추억일 깃들인 들과 냇물 산과 바다 특히 밤낮없이 연기를
내뿜는 사쿠라지마의 정쟁에 패하여 실의의 낙향을 한 사람의 허허로운
심정을 감싸안아 달래주는 듯한 아늑함과 따스함이 있었다.

"진작 돌아올 걸 그랬지. 그 골치아픈 정친가 뭔가 하는 것에서 발을
빼고..."

사이고는 밭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펴고 멀리 한가롭게 나부껴 오르고
있는 사쿠라지마의 화산 연기를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고향에 돌아오니 건강도 한결 좋아지는 것 같았다.

어느날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야마 쓰나요시가 찾아왔다.

오야마는 가고시마 현령(현지사)인데, 사이고를 숭배하여 마지않는
사람이었다.

사이고가 낙향을 한지 아직 보름도 안됐는데, 벌써 세번째 찾아오는
것이었다.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고 과일을 깎아 먹으면서 한담을 나누다가 오야마는
사이고의 의중을 떠보려는 듯한 말을 꺼냈다.

"사이고 도노, 지금 시내에는 도쿄로부터 몰려온 사람들로 들끓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아마 몇천명은 될듯 합니다"

"아, 그래요?"

"가고시마가 고향이어서 사이고 도노의 뒤를 따라 관직을 버리고 돌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타지방 사람들도 적지아니 이곳으로 왔다고 합니다.
그들을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긴요.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은 나처럼 농사를
지으면 될 것이고, 타지방 사람들은 자기네 고향을 찾아 돌아가야지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왜? 농담으로 들리오? 그러는 수밖에 없지 않소?"

"사이고 도노, 기리노와 시노하라는 결코 농사나 지으며 주저앉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에요. 사이고 도노를 모시고
말입니다"

"그래요? 허허허..."

사이고는 껄껄 웃었다.

어쩐지 싫지가 않은 듯한 아리송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소리에 용기를 얻어 오야마는 내뱉듯이 말했다.

"사이고 도노, 결심만 하십시오. 그러면 소생도 힘껏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