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마침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 일경제기획청은 9일 정례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회복"이란 용어를 써 사실상의 "탈불황선언"을
했다.

지난해 6월이후 간헐적으로 경기회복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회복이란 용어사용을 극력 자제해왔던 경제기획청이
조심스럽게나마 용어를 선택함으로써 불황의 끝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일경제기획청의 이같은 조심스러운 입장은 비록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화가 또다시 들먹거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할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1년여전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만드는 성급한 행동일수도 있는 탓이다.

당시 경제기획청은 다른 경제부처보다 한발 앞서 불황이 끝났다고
말했으나 이후 엔화가치가 뛰기 시작하고 여름날씨마저 유례없이
서늘해 일본 경제를 불황에서 건져낼 추진력이 사라져버린 쓰라린
경험을 갖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 경제상황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주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내놓은 경기전망보고서는 정밀기계,
자동차,식품메이커등 대기업은 물론 비제조업분야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말께면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가운데 제조업부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중 경기동향지수는
마이너스 39로 지난 5월조사때보다 11포인트나 높아졌다.

지난 5월 조사때 기업들은 8월중에 마이너스 42정도가 되리라고 전망
했는데 이같은 결과는 경기회복력이 기업들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일본 경기회복의 견인차로 인식되는 소비지출이 느는 것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뒷받침한다.

지난 7월의 슈퍼마켓매출이 2년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지난달
중의 새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어났다. 또
7월중 산업생산도 당초 3%정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7%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일본의 주요 증권회사들은 올해 일제조업체들의
순익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다이와, 니코, 야마이치증권등 3사는 금융기관을 제외한 주요 제조업체
들의 올회계연도(94년4월1일-95년3월31일)세전순익이 3.6-8.6%에 이를
것이라고 8일 수정, 발표했다. 이들은 원래 2.9-7.4%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의 길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회복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리란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하는 양상이다.

물론 경제기획청내에서도 아직까지 불황이 끝났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나 이들 역시 일본의 경기회복이 가시권안에 들어
왔다는데는 동의한다.

최소한 일본 경기는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일본이
이처럼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쪽으로 돌아선데는 이제 웬만한 엔고에는
저항력이 생긴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기획청의 한 관리는 "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엔화가 급격히 올랐지만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미미했다"고
말한다.

마치 1달러에 90엔대로 엔화가치가 급상승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업이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일본 엔화가치 상승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듯하다.

그렇지만 엔고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해서 경기회복에 대한 걸림돌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실업률이 지난 7월 3. 0%로 거의 7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상승세여서 이 또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회복속도는 이같은 걸림돌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해소할수 있느냐에 좌우된다고 할수 있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