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국경제의 도약이 눈부시다.

70년대에 경제를 개방한 이래 지금까지 10%내외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중국경제가 그 실질규모면에서 금세기안에 일본을, 그리고
향후 30년안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등을 제일의 가치로 하는 사회주의국가가 성장효율면에서도 이처럼
약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사례는 개발경제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능률"의 대명사인 사회주의국가에서 어떻게 이러한 경제적 성공이 가능
하게 된것인가.

그런데 정작 따지고 보면 중국의 성공모델은 다름아닌 바로 한국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국모델이란 어떤 것인가.

오늘날 후진국들이 경제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로는 저가양질의 노동력이다.

이것은 잘 교육된 실업노동력의 대량공급을 말한다.

둘째로는 넓은 의미의 생산수단인데 여기에는 자본 원료 기술 외환 판매
시장등이 포함된다.

셋째로는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잘 결합시켜 생산력화할수 있는 결합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결합능력은 정부의 개발관리능력이라 할수 있겠는데 이는 강력한 개발
추진력과 합리적 관리효율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한국의 경우 세가지요건중 노동력요건만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수단의 결핍은 개방체제하의 외향적성장정책으로 타개해
나갔다.

즉 자본은 외자도입으로, 원료와 기술은 수입으로, 그리고 외환과 판매
시장은 수출로 해결했다.

그리고 결합능력은 강력한 개발의지를 지닌 군사정권의 개발독재체제속에서
성취되었다고 볼수 있다.

이러한 개발모델이 성공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의 후발주자들일수록 소비나 복지에 대한 욕구는 선행하고 인구증가
압력은 크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본의 자력동원이나 기술개발 투자집행등은 힘들어지고 이른바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개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개방체제하에서의 정부주도적 성장으로 특징지워지는 한국모델은
한편에서는 공업화의 시간을 단축하고, 모방이익을 극대화하여 성장속도를
가속화시켰다.

또 한편으로는 경제개발을 저해하는 내부적 저항요소들을 통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저가양질의 무한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력갱생을 앞세운 폐쇄주의와 사회주의적인 경직적 관리로 경제개발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1978년 이후 개방체제를 지향하여 왔다.

원료 기술을 수입해 국내노동력과 결합시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로 판매
시장을 개척하는 개발전략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개발관리정책은 정치보다 경제, 사상보다 과학, 평등보다 능률,
자력갱생보다 개방경쟁을 우선하는 시장경제적인 신축성을 보장함으로써
고도의 결합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중간의 차이가 있다면 개방적인 개발을 주도하는 정부의 정치체제
가 다르다는 것 뿐이다.

이런 중국의 경우에 비추어 볼때 오늘날의 북한은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개발접근방식을 바꿀경우 폭발적인 경제적 약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에는 저가양질의 무한한 노동력이 있다.

북한국민들은 유치원 1년, 인민학교 4년, 고등중학교 6년 도합 11년간의
의무교육을 받고 있어 대학이하의 진학률이 1백%이다.

대학의 수도 거의 3백개에 이르러 교육수준도 대단히 높은 상태에 있다.

이들은 사회주의적 체제에 포장되어 완전고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경제의 눈으로 보면 대중적인 잠재실업상태에 있다.

이들은 욕구가 통제되어 있고 기강이 서 있으며 임금수준은 남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이렇게 우수한 인력을 지니고 있는 북한의 경제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GNP규모는 우리의 16분의1, 1인당 GNP는 8분의1에 불과하다.

전체인구의 40%가 농사를 짓고 있으면서도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전기와 석유가 없어서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다.

도로 해운 항공 통신등 이른바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투자와 공업생산을 뒷받침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실패는 개발방식의 오류, 즉 폐쇄주의적 개발체제와
교조주의적인 사회주의관리체제 때문이라 할것이다.

북한경제의 폐쇄성은 북한의 무역규모가 남한의 60분의1(26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로 집약해 볼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 기계 원료 기술, 그리고 판매
시장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수 있겠는가.

게다가 북한의 경제관리방식은 경제발전효율을 동결시키고 있다.

오늘의 중국이 정치보다 경제, 사상보다 과학, 평등보다 능률, 자력갱생
보다 개방경쟁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했는데 오늘의 북한은 그 반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주체사상과 유일사상, 그리고 교조주의의 경직성이 다양성 합리성 신축성을
가로막고 있으니 경제개발에 있결합능력은 어디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비능률성과 후진성이 허시만(A C Hirschman)의 말을
빌리면 바로 발전 잠재력이다.

그리고 거셴크론(A Gerschenkron)의 상대적후진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나라가 일단 발전궤도에 진입하면 무서운 속도로 약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어떻게 그러한 계기를 마련할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곧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모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문호를 과감하게 열고 시장경제적인 관리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럴경우 북한의 고도성장이 시동될 것이다.

이것이 북한으로서는 큰 모험이겠지만 북한은 이 길을 갈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길을 고수하여 북한경제를 고사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체제가 하루속히 안정하여 약진의 길로 들어서도록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성공적인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