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나프타분해공장의 실제
가동률이 1백%를 웃돌고 있다. 제품의 국제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요업계쪽에서 물량을 더달라고 아우성을 쳐댄다.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지도 이미 오래됐다.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수급상황과 경기지표로 볼때 요즘의 석유화학경기는 황금기였던
지난80년대 후반과 별차이가 없다. 외형상으로는 경기가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같은 상승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수 있느냐 하는점이다.
경기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것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호황으로
장기화될 것이냐의 여부이다.

올해초부터 경기회복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상반기까지만해도
석유화학경기가 완전히 정상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부쩍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대대적인 정기보수가 겹치면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경기회복수준도 지난1년여동안 바닥으로 떨어졌던 석유화학제품
값을 다소 정상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비수기에 접어들고 정기보수가 완료되는 8월부터는 가격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테크논사 미국 켐시스템사등 세계적인 전문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었다. 94년부터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정상회복에는 앞으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8월들어 가격상승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졌다. 9월들어 미국현물시장의 에틸렌값이 t당 8백80달러로
8월초에 비해 3백10달러가 치솟았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도 8백50달러
로 이달들어 30달러가 오르는등 합성수지값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있다.

세계적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한 이같은 상황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8월부터는 가격상승세가 한풀 꺾일것이라던 분석이
빗나가게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미국 이탈리아 일본등의 초대규모 석유화학공장들의 잇단
조업중단및 단축이라는 뜻밖의 호재때문이다.

미국은 엑슨사의 연산85만t규모 베튼루지플랜트의 폭발과 셸사의 연산
80만t짜리 노르코올레핀플랜트의 고장으로 인한 생산차질분의 대부분을
수입할 움직임이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에니켐사의 연산75만t규모
프리올로공장 폭발로 물량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도 심한 가뭄에 따른 미쓰비시유화와 도소등의 나프타분해공장 조업
단축으로 지난해의 48만5천t(에틸렌기준)보다 훨씬 많은 양을 사들여와야
할 형편이다.

세계1,2위 생산.수요국인 미국과 일본의 이같은 사정들은 석유화학제품의
공급부족현상을 장기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수공급후에도 수출여력이 충분한 한국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석유화학 관계자들은 바로 이같은 수급상황을 근거로 지금의 경기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적어도
엑슨사 공장이 정상화되는 내년 2.4분기까지는 경기상승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김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