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언제올지 모르는 통일이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논의일수 있다. 통일비용이 엄마만큼 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사람도 여럿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모형을 사용하여 통일비용을 추정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모두 주먹구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통일비용이 정말로 얼마가 될지는 통일이 되어 보아야만 알수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북한경제의 현상황에 대해 조금도 아는 바가 없는 바에야 지금
나온 추정치는 잘해야 상상력의 소산일수 밖에 없다. 심지어 그들의 GNP가
얼마이며 어떤부문에서 얼마가 생산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설사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통계수치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통일비용의 추정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예를들어 북한에 현존하는 산업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중 통일후에도 사용
가능한 부분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로는 비용이 아닌것을 비용으로
보고 통일비용을 추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제시되어 있는 통일
비용의 수치는 예외없이 모두 통일후의 투자요소액을 추정한 결과이다.

예컨대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각각 얼마나 큰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추정하고 이를 모두 합친것을 예상 통일비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소요액은 어디까지나 투자소요액이지 비용이 아니다. 1억원
어치의 투자를 해놓고 비용이 그만큼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오직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만이 경제학적으로 타당한 비용의 개념
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번에 설명한 바 있지만, 어떤 행위에 수반되는 기회비용은 그것으로
인해 희생해야만 하는 것의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통일로 말미암아
희생해야 하는 것의 가치가 바로 통일의 (기회)비용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통일비용은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한의 주민
들이 통일로 말미암아 경험하게 될 후생수준의 예상 하락폭에 의해
추정되어야 한다.

이와같이 투자소요액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이상한 관행은 독일의 경우
에서도 발견할수 있기는 하다. 즉 그들도 통일후 소요되는 투자규모를
관례상 통독비용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명백히 틀린
접근법이 정당화될수는 없다.

통일과 더불어 예상되는 투자소요액에 관한 정보도 필요한 것은 물론
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따로 구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비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통일이 우리의 경제적복지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점을 인정한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각도에서 통일비용을
추정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