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윤성씨(33.서울성동구 자양동)는 지난 14일 아침에 겪은 조그만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다름이 아니라 택시기사로부터 분에 넘치는 인간적인 대접을 처음으로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전날 동료들과 1,2,3차를 돌며 과음한 탓인지 이날따라 늦게 일어난
김씨는 출근길을 재촉하며 집앞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다른 기사들 같으면 아침 7시50분에 시내에 들어가기를 꺼려해 "종로"
하고 아침부터 힘빠지게 외치면 꽁지가 빠지게 내빼며 승차거부하기가
일쑤인데 김씨를 태운 택시기사는 좀 달랐다.

"손님 어디까지 모실까요"하고 친절하게 묻고는 "손님께서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십니까"하고 물어왔다.

음악에 문외한인 김씨가 택시를 타고 처음 경험하는 택시기사의 친절에
당황(?)해하며 "아무거나 좋습니다"하고 답하자 그 기사는 브람스의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러면서 "어제 약주 많이 하신 것같은데 종로까지 가려면 30~40분 가량
정도가 걸릴테니 그 시간동안 편히 쉬십시오"하고 택시기사는 나직이
말했다.

"저기, 같은 방향으로 가는 손님이 있으면 합승하시지요" 택시기사의
친절에 황송함까지 느낀 김씨는 이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조그만
친절을 택시기사에게 건냈다.

그러나 김씨는 택시기사의 대답에 그의 친절에 이어 두번째 놀라야
했다.

"제가 기사생활 5년째이지만 합승행위는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택시에 타신 손님을 편안하게 모시는게 제가 할 일입니다"

그리고 김씨는 자신이 탄 택시가 개인택시가 아니라 영업용이어서
또 한번 놀랐다.

외국출장중 일본이나 영국에서 택시기사의 친절을 경험해본 김씨는
자신보다 서너살밖에 많아 보이지 않는 택시기사의 친절과 원칙이
태산같이 크게 느껴지며 이 순간 만큼은 제대로 사람대접 받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방형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