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책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언뜻 보면 관계가 없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개입시켜 볼때에는 분명히 연계가 있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직장에서 일과가 끝나고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만큼 책을 손에
잡을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반면에 곧바로 귀가하게 되면 책을
읽을수 있는 시간여유를 얻게되는 역비례의 관계다.

물론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시간을 선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의 한 대기업그룹이 사원들을 조사해본 결과 한달동안에
지출하는 술값이 책값의 10배를 넘었다는 사실은 몇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관심거리가 아닐수 없다.

술집에 가서는 거금을 뿌려대고도 아까워하지 않는데 반해 서점에
들러서는 몇천원하는 책 한권을 사는데도 주저하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양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한해에 국민 한사람이 읽는 책이 4권도 채 못되는 독서빈국, 지난해에
20세이상의 성인 한사람이 이틀에 한병꼴의 술을 마신 음주대국의 단면을
드러내주는 실상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사표본이 된 사원들의 71.2%가 한달에 1~2권(한해
12~24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한줄기 빛을 비춰주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책이 산업화시대의 주역이었고 정보화사회의 선도역이 되어온 그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 되어 왔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원빈국으로서 미래의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두뇌의
활용밖에 없다.

마치 모래밭에서 조개를 줍듯이 책속의 어디에선가 지식과 지혜를
천착해 내지 않는한 경쟁에서 뒤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편으로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면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정보화의 물결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버리고 말 것이다.

이 시대의 폭풍노도를 헤쳐나가는 방도는 무엇보다도 시간을 아껴가면서
지식을 쌓고 지혜를 가꾸어가는 데서 찾아내야만 한다.

올해에 처음 지정된"독서의 달"도 반허리를 넘어섰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존귀해진다"는 옛말을 되새겨 보면서 내일의 풍요를 잉태시킬 책을
가까이 하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