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증시가 종합주가지수 1,023.61이라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때 외국인투자자들은 절망감에 빠진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19일자에서 10%의
외국인투자한도에 얽매인 외국인투자자들의 속타는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이 신문은 서울증시의 이같은 활황이 외국인투자한도를 12%로 확대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때문이라면서 이를 아이러니컬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서울증시를 "떠오르는 세계증시"의 하나로 소개한 이 신문에 따르면
서울의 외국인브로커들은 올 연말 종합주가지수를 1,100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사를 요약,소개한다.

베어링증권서울사무소의 가레쓰 에반스소장은 "서울증시가 과소평가돼
있어 (성장)잠재력이 가장크다"면서 "서울증시는 지난해에 다른 아시아
증시가 상승했다가 꺼꾸러진 탄도비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낙관
적인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경제의 기초적 여건이 탄탄하다는 것도 서울증시의 활황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올해 최저8%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상장사들의 상반기 순익이 70.6%증가로
7년만에 최고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한국정부가 외국인투자한도를 연말까지 12%로,내년
6월까지 15%로 확대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겠는가하는 문제다.

한국정부가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올해목표선인 6%에 이미 육박한
물가와 과열증시를 부채질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외국인투자한도확대약속에 대한 회의론의 또 다른 이유는
홍재형장관의 이같은 약속이 남북한간의 긴장고조로 외국인투자자들이
철수함으로써 서울증시가 내리막길을 걷던 지난6월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증시하강때마다 외국인투자한도확대를 약속하고 활황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곤 하는 한국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정부가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서울의 외국인
브로커들은 믿고 있다.

레로이소장은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가입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없다"면서 OECD회원이 되기 위한 외국인투자
한도조건이 25%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한도를 늘리더라도 한국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외국인투자유입을 규제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한가지 가능한 규제는 현재 20%인 외국인매수증거금을 40%로 늘리는
조치다.

이와 함께 한국정부는 외국인투자총액한도제의 도입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 하나는 99년까지 외국인지분한도를 철폐토록 한 금융산업발전심의회의
권고안을 한국정부가 이행할지도 의심사고 있다.

이처럼 산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장외시장을 통해 10~70%씩
프리미엄을 주고서도 블루칩들을 사모으고 있다.

재무부가 발행한도를 통해 통제하고 있지만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주식연계전환사채를 사는 것도 한국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인기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