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끝난 제37회한국오픈과 그 전주의 신한동해오픈에서 한국프로들
은 최근 수년동안 최악의성적이라 할수 있을 정도로 참패했다.

가장 상금이 많았던 이들대회에서 한국프로들중 4라운드 언더파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명(한국오픈 2위 김종일, 4언더파 284타).

특히 한국오픈은 공동 5위까지의 7명중 6명이 외국선수로 두대회 모두
경쟁다운 경쟁도 없이 외국선수에 우승을 내주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왜 한국프로들은 "끽소리"한번 지르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것일까.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프로들이 말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대회의 공백기이다.

지난 6월 KPGA선수권대회이후 신한동해오픈이 열리기 까지 한국프로들은
약3개월간 대회를 한번도 치루지 않아 게임의 감각을 찾지 못했다는 것.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에는 연습에도 한계가 있었고 거기다 대회마저
전무했으니 골프가 제대로 안됐다는 얘기다.

둘째는 신한동해오픈이 열린 한성CC의 페어웨이세팅.

넓은 페어웨이에 익숙한 한국프로들은 러프에서의 샷에서 헤맬수 밖에
없었고 그 여파가 한국오픈까지 미쳤다는 것이다.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의 코스세팅은 국제대회에서 관례화된 "코스
만들기".

앞으로 국내대회도 그같은 세팅을 일반화시켜 국내프로들도 그에 익숙해
져야 한다는 얘기다.

셋째는 외국선수들의 대거 진입.

이번 양대회에는 저 멀리 남아공에서부터등 약 70명의 외국선수들이 전례
없이 대거 참가, 그 선수가 그 선수인 한국프로계에 비추어 상대적 우세가
두드러졌다.

이제 한국무대의 "만만함"을 안 외국프로들은 내년부터 더욱 몰려들 것이
분명하다.

세계 각국의 골프대회는 점점 더 국제화되는 추세이고 외국선수우승도
일반적현상이 되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저 선수만 제치면 우승"이라는 국내적경쟁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바야흐로 세계와 싸우는 국제경쟁시대가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최상호가 월드컵예선출전관계로 신한동해에 불참하고 그 영향으로
한국오픈에서 부진한 것도 "기둥"없는 한국골프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한국프로들의 살길은 100% 그들 자신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내년에는 총상금 50만달러짜리대회가 신설되고 그에따라 기존 국내대회의
상금규모도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외국프로들은 더욱 거세게 한국무대를 두두릴 전망.

세계각국의 골프대회는 이제 국경없는 경쟁무대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싯점에 한국프로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프로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