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가장 오래된 그랜드예식장(대표 김수복)이 경매물로 나와
예식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서울민사지법에 따르면 그랜드예식장 김수복대표의 친형이자 지분
소유자인 김수만씨가 돈을 빌려쓰면서 발행한 당좌수표 78억5천만원을
부도내 채권자로부터 22일 경매신청을 당한 것.

경매물은 5층짜리 그랜드예식장 건물과 대지 2필지 1천2백58.5평방m
(3백81.3평)등 3건.

특히 채권자이자 경매신청자가 지난해 5월 슬롯머신사건과 관련, 박철언
전국회의원에게 "잘봐달라"는 명목으로 5억원을 전달했다고 시인한 슬롯
머신업자 정덕일씨(45)여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씨는 경매신청서에서 "지난 92년 1월 김수만씨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78억5천만원을 당좌수표 9매로 발행받았으나 부도처리돼 지급받지 못했다"며
"채권회수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둔 그랜드예식장등 부동산을 경매신청
하게 됐다"고 밝혔다.

채무자인 김수만씨는 그동안 새로운 사업을 위해 정씨로부터 큰돈을 빌려
썼으나 사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오다 결국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예식장은 지난 80년대초 강남에서 처음으로 세워져 그동안 유명
연예인들이 식장으로 이용할 만큼 명성이 자자했으나 10여년만에 경매물로
나옴으로써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랜드예식장은 강남 신사역 4거리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경매가격을
결정하는 감정가 산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그랜드예식장의 위치를 감안, 평당 싯가가 1천5백만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땅평수가 약 3백81평이어서 건물과 합칠 경우 싯가로 4백억원이상은
나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등기부상 강남구 논현동 4의18 대지 8백18.6평방m는 김대표와 정귀화,
김진기씨의 공동소유로 돼있으며 4의23 대지 4백39.9평방m는 김수만씨 단독
소유로, 5층짜리 예식장건물은 이들 4명의 공동소유로 돼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