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박영석 전위원장의 사임후 70여일간 공석이었던
국사편찬위원장(차관급)에 이원순(68)민족문화추진회장이 새로 취임했다.

이신임위원장은 "민족문화추진회장을 맡은지도 얼마 안되는데다 나이도
있고 해서 처음엔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임무를 주신 하느님에게 순종한다는 뜻에서 제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독실한 천주교신자. 국편위에 관여하는 인사들 대부분과 평소
아는 사이여서 생소하지는 않다는 이위원장은 국사편찬위를 진정한 의미의
"편찬기관"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50년대중반에야 걸음마를 시작했던민족사연구가 최근 본궤도에
올라섰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사편찬위는 단순히 책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기보다
자료수집, 연구정리, 보존, 간행을 통해 역사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광의의 편찬기구"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위원장은 민족문화추진회장 재임당시 성사시켰던 조선왕조
실록의 CD-롬 타이틀화같은 작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또 다양한 연구성과를 폭넓게 수렴하고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료의 발굴에도 주력해 국편위를 명실상부한 "한국사연구의
총본산"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위원장이 역사학자로서 관심을 가져온 분야는 성호학파 북학파로
대변되는 조선서학사.천주교의 전파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구
문명의 전래에 우리민족이 어떻게 대응했는가가 연구과제였다.

"한국천주교회사""조선서학사연구"등 50여편의 관련저서와 논문을
썼으며 특히 88년에는 "조선서학사연구"로 치암(치암)학술상을
수상했다.

26년 평남평원 출생.서울대사대학장,한국역사연구회장등을 거쳐 92년
3월 민족문화추진회장을 맡았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코치를 맡았을 정도로 배구광이기도.부인
이남순씨(65)와의 사이에 1남4녀.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