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속도는 CPU의 빠르기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두뇌역할을 해내는 CPU와 함께 손발을 움직이는 신경망과 혈액순환속도도
빨라야 전체적인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CPU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등 보조기억장치와 그래픽 카드등 부가
기능카드간에 정보를 주고 받는 통로인 데이터 버스(BU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최근들어 국내 PC업계에서 베사로컬버스 PCI버스등 고속 데이터버스의
채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존의 대표적인 데이터버스 방식인 ISA방식은 데이터를 16비트로
처리해왔다.

CPU가 처리한 연산결과를 한데 묶어 HDD나 그래픽 카드등에 16차선으로
보내왔다는 얘기다.

CPU의 처리속도가 16비트였던 286급까지에서는 이같은 데이터버스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두뇌의 속도와 혈액순환 속도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86이상의 CPU는 32비트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두뇌는 32비트인데 버스가 16비트이면 당연히 데이터를 주고받는 차선에
병목현상이 생기고 CPU가 처리한 결과를 주변장치에 제 시간에 보낼 수
없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버스의 처리속도를 32비트로 높혀
데이터가 이동하는 도로를 32차선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베사로컬버스와
PCI버스등 고속버스다.

도로폭을 32차선으로 넓힘으로써 CPU가 처리한 결과를 그때 그때
손발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도로만 넓어졌다고 해서 일의 처리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32차선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의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차선에 맞는 기기를 선택하는 사용자의 안목도
중요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