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회재무위원회에 국정감사자료로 한은독립성강화방안을
제출했다가 하룻만에 회수하는 소동을 벌이면서 한은독립문제가 또다시
화제로 등장했다.

한은의 독립성보장은 과거에도 수없이 얘기됐으며 지난번 14대 대통령
선거때 김영삼대통령의 선거공약에도 포함됐다.

회수소동을 일으킨 이번 자료내용도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재무장관대신
한은총재로 하고 한은에 대한 재무부의 업무감사권을 없애며 한은총재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등으로 지난89년 한은독립논쟁파동때와 다름이
없다.

물가안정과 통화가치보전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있을수 없다.

특히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한은독립강화를 촉구하는 이유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금융자율화의 완성에 한은독립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및 금융시장의 효율성향상을 위해 금융자율화가
시급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금리자유화를 예정보다 앞당겨 추진중이며 은행임원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금융자율화가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은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과거의
관치금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정부는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정책금융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말 현재 정책금융규모는 13조9,629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9%나
늘어났다.

이는 93년의 정책금융증가율 1.9%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증가율이다.

또한 통화관리방식을 간접규제위주로 바꾸겠다던 올해초 김명호 한은총재의
약속도 지겨지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개방될수록 금리 통화 환율등이 밀접
하게 연관되어 움직이므로 보다 중립적이고 섬세한 정책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유하고 있는 관련전문가가 많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재무부보다
훨씬 초연할수 있는 입장이다.

물론 선진국중 중앙은행의 권한이 강한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중앙은행이
전횡하는 것은 아니며 재무부및 의회의 견제를 통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재무부의 권한이 너무 강해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은이 은행감독권 유지에만 급급하여 한은스스로도 독립강화에
소극적인 것은 정도를 벗어난 태도로서 유감이라고 하겠다.

또한 정부도 행정구역개편때 대통령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만큼
한은독립강화에도 결연한 의지와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