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중순의 추석을 전후해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이후
증시에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주가움직임이 기민해지고 거래가 활발해졌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증시상황에 대해서도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물경제가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좋은데다 시중자금사정도 넉넉하다는
것이 그 배경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금년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200포인트에 달하고
내년에는 1,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나 전망은 총체적이고 평균적인 개념에 불과할뿐
모든 주식투자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올들어 나타난 주가흐름의 특징은 대형고가우량주들이 급등세를
지속한 반면 중소형저가주들은 대체로 완만한 상승을 보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본금 규모가 큰 대형주들의 현재 주가는 연초에 비해
20%가까이 오른 반면 규모가 작은 소형주는 3%정도 상승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주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두고 "주가차별화" 또는 "주가양극화"라고들 말한다.

이러한 주가차별화현상은 대형주와 소형주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업종간 또는 업종내의 대표기업과 여타기업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주가는 올라도 증권사객장의 분위기는 썰렁하다는 얘기들이다.

종합주가지수만 올랐지 개별종목으로 따져보면 내린 종목이 더
많다해서 "외화내빈"이라는 푸념들도 한다.

주가차별화로 인해 대형고가우량주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나
큰손들은 많은 이득을 본 반면 이런 고가주식을 넘보기가 힘겨워
저가주에 많이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온다.

결과만 놓고 보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못된다.

그러나 그 원인을 따져보면 당연하고 불가피한 면도 없지않다.

현재 우리경제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구조가 첨단산업위주로 바뀌고 종래의 내수형 중소기업들은
후발국들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쇠퇴하고 자본기술집약형 장치산업이나 첨단업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가차별화의 불가피성이 설명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하는 중소기업들의 사업전환이나
체제구축이 이뤄진 뒤에는 해소될 수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전환이 쉽사리 끝나기는 어렵다고 보면 주가차별화현상
은 당분간 지속될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설정해놓고 볼때 소액투자자들의 투자여건은
더욱 불리해진다는 점이다.

자금력이나 정보력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기관투자가나 큰손들에
비해 일반투자자들의 경쟁여건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더구나 앞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는
소위 기관화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시장개방으로 외국의 기관투자가들까
지 가세하게돼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질게 뻔하다.

어떻게 대처하는것이 현명한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가장 원론적인 처방은 유행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내용을
철저히 따지는 신중한 대응이다.

가능하다면 경제흐름의 변화까지를 감안한 장기투자전략도 세워야
할것이다.

그러나 소액투자자들로서는 기관투자가들과 맞서 수익률 게임을
벌이기 보다는 증권사나 투신사 또는 은행 보험사등 전문 기관투자가에
돈을 맡겨 대신 나서도록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수 있다.

이러한 간접투자의 확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자금력이나 정보력등에서 실력이 비슷한 전문가들끼리 맞붙으면
주가의 진폭이 줄고 외부의 충격에 대한 영향을 덜 받게돼 증시의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

그만큼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게된다.

횡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주식투자의 그늘을
그만큼 줄여준다는데에서 건전한 주식시장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있다.

주가차별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