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 전남 나주에서 고려 후기부터 조선 중기에 걸쳐 제작된
석제 나한상 조각(편)이 대량으로 발굴됐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건무)은 4일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전남 나주군 다도면 마산리 불회사에서 서쪽으로 2백50여m 떨어진
산기슭에서 고려 후기부터 조선중기 사이에 만들어진 석제 나한상
조각 수백점을 발굴했다"며 "머리편만도 2백점이넘어 오백나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고려시대 석제 나한상이 이처럼 대규모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시대나한상의 특징과 양식을 밝히는데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토된 나한상은 대부분 소발형(삭발한 승려머리) 머리에
통견법의(양복처럼 양쪽 어깨에 걸쳐 입는 법의)를 입고서 네모난
대좌 위에서 결가부좌를 하고있는 모양이다.

또 손모양은 합장,선정인,양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주먹을 쥔 형태,
염주.여의,봉 등을 쥔 모습 등 다양하며 일부 상은 노승의 얼굴을
묘사한 듯 주름살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재질은 손톱으로도 긁힐만큼 무른 돌로 회색,미색,붉은 색 등 다양한
색깔의돌이 사용됐으며 복원될 경우 크기는 50cm에서 15cm사이로
추정된다.

박물관측은 이 나한상들이 고려 후기부터 조선 중기까지 여러 시기에
걸쳐 만들어진 뒤 불회사 나한전이나 부속암자에 소장돼 있다가
조선시대에 억불숭유 정책의영향으로 인위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끝)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