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정보박스가 거리와 가게, 건물에 등장하고 있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전해주는 멀티미디어 무인정보박스가 안내자로 등장
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비디오테이프 대여 회사인 블럭버스터.

뉴욕 요크타운에 있는 동사사의 매장에 들어서면 멀티미디어로 단장한
정보박스가 손님을 이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니터와 스피커만 눈에 띄지만 숙련된 점원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블럭버스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앙징맞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손님이 앞에 서 있음을 눈치 챈 모양이다.

이어 "신작 비디오" "이주일의 인기 비디오" "청소년을 위한 추천 영화"
등을 화면에 표시한다.

이주일의 인기 비디오에 손을 얹고 그중에서 "마스크"를 선택했다.

주요 장면등이 배경음악과 함께 나타나고 감독과 주연 배우 경력이 소개
된다.

영화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다.

매장의 7번거리, 브로드웨이에 마스크 테이프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넓은 매장의 각 통로에 거리 이름을 붙인 것도 재미있다.

매장 여기 저기를 헤매며 원하는 테이프를 찾기 위해 수고할 필요가 없다.

블럭버스터와 IBM은 최근 멀티미디어를 기초로 새로운 실험을 하기로
했다.

손님이 정보박스를 통해 비디오테이프를 고르면 곧장 본사 주컴퓨터에서
영화를 전송하고 매장에서 공테이프에 영화를 담아 손님에게 판다.

가게에 비디오테이프를 쌓아 두지 않는다.

컴퓨터와 정보박스, 테이프 복사기정도만 매장에 있다.

"무인정보박스덕에 자신이 설명할 것이 별로 없다"는 IBM의 케빈 클라크
부장(38.멀티미디어시스템부)은 "멀티미디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 덧붙인다.

뉴욕 맨하탄 가운데 서 있는 매시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의 발판이 나무일 정도로 고풍스럽다.

이곳에서도 멀티미디어 정보박스는 친절한 점원 노릇을 해낸다.

2층부터 8층까지 의류매장으로 구성돼 있는 백화점에서는 원하는 브랜드를
찾는 것만도 벅차다.

정보박스앞에 서서 생각나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골라봤다.

올해 초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쇼의 한 장면이 나오고 그 옷이 바로
4층에 진열돼 있음을 알려준다.

또 손님이 입었을 때 어떤 모양새가 나오는지 즉석에서 보여준다.

여자옷에 기자의 남자얼굴이라 어색했다.

오사카에 인공 섬으로 만들어진 간사이(관서) 공항.

공항 곳곳에 정보박스가 세워져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불어등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를 선택했다.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택시이외의 교통편을 물었다.

물론 화면위에 손을 얹기만 하면 된다.

리무진 버스가 몇개 노선으로 나눠 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노선시간표와 지도도 보여줬다.

표도 판다고 해서 리무진 버스표 한장을 샀다.

비교적 싼 호텔을 찾아야 한다.

"추분절 휴일이라 각 호텔이 만원이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정보박스를 통해 호텔 예약까지 했다.

해당 호텔 예약접수 창구의 담당자이름까지 알려줬다.

오늘의 환율이 궁금했다.

호텔이름, 전화번호 환율등을 암기할 필요가 없다.

정보박스가 메모지에 프린트까지 해줬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여행에서 안내자가 필요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뉴욕.대판=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