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A종합건설 서울 본사 회의실.

전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부산 현장사무소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서울
본사와 부산현장사무소간 원격영상회의가 시작된다.

1시간여에 걸친 회의가 끝나면 업무부 직원들은 컴퓨터 수.발주 시스템을
통해 대구시가 발주한 지하고속화도로 건설공사 입찰에 들어간다.

같은 시간 남해안 벽지의 한 고등학교.교실 정면에 걸린 화면에는 서울
에서도 손꼽히는 수학교사가 나와 대입을 위한 수학의 마무리 강의를 하고
있다.

20년전만 하더라도 고등학교가 1곳도 없는 오지였지만 지금은 과목별로
최첨단 학습교재를 이용, 서울의 학생과 같은 질의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완료되는 오는 2015년을 상상한
모습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기업 학교는 물론 전국의 각 가정 구석구석까지 첨단
광케이블망으로 연결, 음성 자료 영상등 다양한 국내외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21세기 최대의 사회간접자본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21세기의 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시작된 우리나라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오는 2015년까지
3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총 예산은 44조5천억원.

올해부터 97년까지 계속되는 1단계 사업은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부산권 대구권등 5개 권역으로 나눠 광케이블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송속도는 1초에 신문지 6백20면을 보낼수 있는 1백55메가(M) bps 급.

대기업과 공공기관, 연구소등 대형빌딩이 대상이다.

1단계가 완성되면 이들 기관간 종합정보통신망(ISDN)이 구축돼 행정민원,
영상회의, 교육연구분야의 정보를 주고 받을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 필요한 기간전송망으로 95년까지 직할시.도청소재지등
12개 도시를 6백22M bps급 광통신망으로 묶은뒤 97년까지 이를 전국 68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2단계는 98년부터 2002년까지로 1단계에서 구축한 5개 권역 통신망을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등 3개권역으로 통합하는 일.

전송속도도 1단계보다 16배이상 빠른 2.5기가(G) bps급으로 높인다.

이기간동안에는 최첨단 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망이 구축돼 영상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처리할 수있게 된다.

대상도 중소기업과 아파트등 주거밀집지역으로 확대한다.

2단계가 구축되면 고선명의 정지화상 전송과 원격진료, 전자민원이 가능해
지며 전자도서관, 지리정보서비스도 개시된다.

2015년에 완료되는 마지막 3단계에는 본격적인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정착
시키기 위한 마무리작업이 진행된다.

광통신망도 10G bps급으로 보강되고 집집마다 광케이블이 깔려 전국이
명실상부한 단일 통신권으로 묶이게 된다.

각 가정까지 초고속정보 통신망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초고속 영상통신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구축되면 기업은 지방이나 세계 각국의 지사와 언제
라도 화상회의를 열수 있기 때문에 "출장"으로 인한 시간과 경비가 크게
절감된다.

외근중에도 회사에 들르는 번거로움 없이 공중용컴퓨터.영상회의장치를
통해 즉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일부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재택근무도 이때부터는 일반적인
근무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지방학생 특례입학제도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도농간 교육여건 격차도
사라진다.

교육망을 통해 전국 학생들에게 균질의 교육이 이뤄질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가정에서 누릴수 있는 혜택도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우선 의료혜택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지방에서도 원격진료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향까지 가지 않고도 현 거주지에서 호적을 손쉽게 뗄 수 있으며
주민등록, 여권등도 해당기관에서 원스톱으로 발급된다.

이밖에 사회 경제 과학 예술등 모든 분야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회적 혜택이 도농간 차별없이 골고루 퍼져 도시 집중
현상이 자연히 치유될수 있다.

교통난 완화와 함께 전국적인 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3단계구축사업 착수에 앞서 초고속정보통신망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내달부터 서울~대덕을 잇는 선도시험망
(Test-bed) 시범구축에 들어간다.

이 선도시험망은 2.5G bps급 광케이블로 양 지역의 산업체 연구소 대학을
하나로 묶어 각종 응용소프트웨어의 적용여부및 기술 타당성을 검증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올해안에 독자적인 통신망연결이 가능한 지역을 물색, 시범단지로
운영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시범단지에서는 원격 의료및 교육 전자도서관 재택근무 전자민원등 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후 시행될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게
된다.

지난 4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초고속 정보화 추진위원회가 출범,
이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닻이 올랐다.

내달말께는 좀더 세부적인 시행안이 나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본격
실행에 들어간다.

21세기 국가경제의 성패는 앞으로 이 "정보고속도로"를 얼마나 탄탄하게
건설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