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사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실업난으로 독일노총인 DGB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단체교섭 보다는 기업별
교섭이 중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교섭내용에 있어서도 임금인상을 양보
하거나 근로시간 연장을 수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신근로시간법을 제정하여 근로시간에 관한 다양한 규정을
통일하는등 노동법제상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독일 노사관계의 변화는 실업률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서독과 동독의 실업률은 각각 8.3%와 15.8%를 기록, 전후 최고수준
을 보였다.

올들어 실업난이 다소 호전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고용불안이 상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서독과 동독의 실업률이 각각 9.5%-10%와 17%에 달해
오히려 지난해 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근로자들의 실직은 곧바로 DGB의 위상약화로 연결됐다.

실업증가가 심화되면서 노조원들의 탈퇴경향이 확산돼 전체 노조원의
6.4%에 해당하는 70여만명이 이탈했다.

뜻하지 않던 위기국면을 맞은 DGB는 조직강화차원에서 16개로 구성돼 있는
산별노조를 연합시켜 5-7개의 조직으로 통합하려는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언론노조등 4개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 노사관계의 변화는 단체협약 내용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위기및 고용불안이 가중되자 산별협약 은 기업차원에서 개별적
합의가 가능하도록 일반적인 개방조항 을 둬야하며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
이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기 시작했고 실제로 산별협약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독일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고 전체 고용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산별협약이 대기업의 이익에 편향돼 있으며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결과 산별 단체 교섭이 흔들리고 기업별 노사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
에서 주10- 25%에 이르는 대규모의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근로시간단축은 임금삭감을 수반하고 있어 생활비 상승분
정도의 임금협약체결등 질적으로 단체협약 수준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산업계 최대 기업중 하나인 폴크스바겐사는 해고를
하지 않가로 하는 대신 94-95년에 걸쳐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10% 삭감키로 합의했다.

금속산업계 중견기업인 쉴라프호르스트사는 협약 유효기간중 해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근로시간연장및 탄력적인 운용을 인정키로 했다.

화학산업계 단체협약에서는 임금을 2% 인상하되 37.5시간으로 규정된
협약상 근로시간을 임금조정없이 2.5시간 연장할수 있게 했다.

실업자에게 취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실직했던 사람을 채용
하는 경우 최초1년간은 다른 종업원 임금수준의 90%만 지급할수 있게 했다.

한편 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와 사민당(SPD)를 중심으로 새로운 포괄적
고용촉진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신근로시간법을 제정, 근로시간에 대한
다양한 규정의 통일과 탄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신근로시간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규정하되
일정한도내에서 1일 근로시간이 10시간 까지 연장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야간근로금지는 남녀평등이라는 차원에서 폐지됐다.

기존의 남녀간차별적 휴식제도도 동일한 이유로 통일시켜 최소 휴식시간을
근로시간이 6-9시간인 경우 30분, 9시간 이상인 경우 45분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근로자는 1일 근로시간이 종료된후 중단없는 11시간의 휴식을
가지도록 하는 한편 독일경제의 고용유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휴일근로
금지에 대해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