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막대한 경상수지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

거액의 흑자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연간 1,000억달러이상의 자금이 일본 국내로 흘러들어 가는 상황에서 통화
증발에 의한 인플레등 부작용은 없는가.

우리 같으면 흑자가 많아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못해 법석을 떠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런 낌새를 느낄 수도 없다.

그 요인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상수지흑자로 인한 잉여자금을 해외투자등의 형태로
외국으로 보내 국내 통화의 증감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가에선 이 "잉여자금"을 오일머니등에 빗대 저팬머니(Japan Money)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일본의 국제수지상황분석을 통해 저팬머니의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작년에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1,314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종합수지는 80년대들어 거의 적자였다.

일본의 장기자본수지를 살펴보면 80년대이후 91년만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였다.

그만큼 일본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KIET는 이것이 바로 저팬머니의 정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달러표시 저팬머니는 85년 제3차 엔고이후 급격히 증대되어 왔다.

지금은 전세계의 금융자본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을 정도다.

일본이 경상수지흑자를 대외환류(원조)하는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일본의 대외원조금액은 연간 약 200억달러로 아직 GNP의 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는 경상수지의 대부분이 기업들의 해외투자로 쓰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역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증권투자와 해외
기업의 매수.합병, 부동산취득, 직접투자등 장기자본의 형태로 해외에 유출
되고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부족한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까지 하여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유출규모는 경상수지흑자분보다도 크다.

장기자본수지 적자의 근본요인은 일본 투자가에 의한 해외증권투자와 직접
투자이다.

특히 증권투자규모가 크다.

증권투자중에는 외국 채권구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율체계와 세계경제하에서 저팬머니는 채권주식투자와 기업매수
부동산매입등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늘어만 가던 일본의 해외자본 유출은 90년대들어서 다소 감소추세에
있다.

91년에는 경상흑자가 729억달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자본수지는
371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92년과 93년의 장기자본수지는 각각 783억달러와 285억달러의 적자(자금
유출)였으나 거액의 경상흑자의 증가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일본 금융기관의 잉여자금은 콜등 단기금융시장 국채시장 해외자본시장
주식시장등을 가리지 않고 흘러들어간다.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경기상황과 금리 환율등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율이다.

엔/달러환율이 90엔대에서 강세를 유지한다면 해외로의 자금유출은 직접
투자이외에는 크게 증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얘기다.

앞으로도 저팬머니의 규모와 파워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데 전문가들은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저팬머니의 향방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