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06) 제3부 정한론 : 반기 (30)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쿠는 그 물음이 좀 이상하다는 듯이,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면서 힐끗 에도를 눈여겨 본다.
에도는 싱그레 웃음을 떠올렸다.
"바로 여기 있잖아. 내가 에도 신페이라구"
"어머나, 그래요?" 기쿠는 깜짝 놀란다.
에도의 하체로 가있던 나긋나긋한 손길도 순간 굳어드는 듯 멈추었다.
"왜, 두렵나?" "아뇨" 대답하는 소리가 약간 떨린다.
"고향이 이곳인가?"
"예, 가고시마예요"
"기쿠는 사이고와 오쿠보 두사람 중에서 누구를 좋아하나?"
"사이고 도노를 존경해요" "오쿠보는?"
"오쿠보 도노는 뵌 적이 없어서."
"본 적은 없더라도 얘기는 많이 들었을 거 아냐. 좋아해, 싫어해? 그의
정책을 말이야"
"저는 정책 같은 것은 잘 몰라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듯하다.
두려운 것이다.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기쿠, 내가 어젯밤에 네가 존경하는 사이고
도노에게 이놈 저놈 한 것은 화가 나서라구. 무력봉기를 한 우리 군사가
사가성을 점령했는데, 오쿠보란 놈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공격을 해대지
뭐야. 오쿠보 그 놈은 비겁하게 복면을 하고 뒷전에 숨어서 지휘를
한다는 거야. 치사한 놈이지?"
"그러네요"
"그 놈이 지휘하는 군대는 무기가 좋단 말이야. 병사의 수효도 많고..
그래서 내가 사이고를 찾아와 원군을 청했다구. 그런데 안된다지 뭐야.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화가 나시겠어요" 들릴듯 말듯 떨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아- 날은 밝아오는데. 음-" 에도는 별안간 절망감에 휩싸이는
듯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기쿠를 몸에서 떼어내고,그는 벌떡 일어나 앉아 머리맡의 차를 또
한컵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묻히며 애써 기분을 돌리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연다.
"기쿠" "예?" "자, 이제 어젯밤에 못본 내 볼일을 봐야겠는데."
"호호호. 그러시죠" 기쿠는 게이샤답게 재빨리 남자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한다.
"으음-" 하면서 에도는 그 위로 무너진다.
그리고 서서히 볼일을 보기 시작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
하면서 힐끗 에도를 눈여겨 본다.
에도는 싱그레 웃음을 떠올렸다.
"바로 여기 있잖아. 내가 에도 신페이라구"
"어머나, 그래요?" 기쿠는 깜짝 놀란다.
에도의 하체로 가있던 나긋나긋한 손길도 순간 굳어드는 듯 멈추었다.
"왜, 두렵나?" "아뇨" 대답하는 소리가 약간 떨린다.
"고향이 이곳인가?"
"예, 가고시마예요"
"기쿠는 사이고와 오쿠보 두사람 중에서 누구를 좋아하나?"
"사이고 도노를 존경해요" "오쿠보는?"
"오쿠보 도노는 뵌 적이 없어서."
"본 적은 없더라도 얘기는 많이 들었을 거 아냐. 좋아해, 싫어해? 그의
정책을 말이야"
"저는 정책 같은 것은 잘 몰라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듯하다.
두려운 것이다.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기쿠, 내가 어젯밤에 네가 존경하는 사이고
도노에게 이놈 저놈 한 것은 화가 나서라구. 무력봉기를 한 우리 군사가
사가성을 점령했는데, 오쿠보란 놈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공격을 해대지
뭐야. 오쿠보 그 놈은 비겁하게 복면을 하고 뒷전에 숨어서 지휘를
한다는 거야. 치사한 놈이지?"
"그러네요"
"그 놈이 지휘하는 군대는 무기가 좋단 말이야. 병사의 수효도 많고..
그래서 내가 사이고를 찾아와 원군을 청했다구. 그런데 안된다지 뭐야.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화가 나시겠어요" 들릴듯 말듯 떨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아- 날은 밝아오는데. 음-" 에도는 별안간 절망감에 휩싸이는
듯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기쿠를 몸에서 떼어내고,그는 벌떡 일어나 앉아 머리맡의 차를 또
한컵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묻히며 애써 기분을 돌리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연다.
"기쿠" "예?" "자, 이제 어젯밤에 못본 내 볼일을 봐야겠는데."
"호호호. 그러시죠" 기쿠는 게이샤답게 재빨리 남자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한다.
"으음-" 하면서 에도는 그 위로 무너진다.
그리고 서서히 볼일을 보기 시작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