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온갖 지혜를 짜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마음대로 기업을 도와줄수 있었던 때는 국제경쟁력
강화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동안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인위적인 경쟁력강화가 큰도음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개방화.국제화시대에는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기술개발이나 교육훈련과 같은 인력개발을 도와주고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해서 물류비용을 줄여주는 방법뿐인데 이러한 간접적인 지원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피부에 쉽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정부가 노력을 한다해도 기업이
만족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밖에도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주도하의 경제발전을 하다보니 각종 법률이나
제도및 관행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촉진시키기보다는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이른바 거래비용을 줄여주고 기업의 창의와 자율을
조장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질서의 창달이란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기 때문
이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규제완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결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규제는 백해무익하기 때문에 더욱 더 줄여야하고 그래야만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경제질서가 제대로 정착된다는 것이다.
매우 그럴듯하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질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우리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시장경제질서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같다.
시장경제란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가능한한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발전단계나 여건으로 보아 아직도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시장이 아직도 불완전하고 시장의 실패가 있을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두가지 견해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시장경제질서를 창달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촉진되어야 하나 아무리 시장
경제체제라 해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문제는 경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경우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시장경제질서의 장점은 경쟁이기 때문에 경쟁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진입이 자유로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시 말하면 "시장경제=자유경쟁=규제완화및 정부개입축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경쟁이 시장경제질서의 큰 장점인 것은 사실이나 경쟁을 시장경제질서의
만병통치약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경쟁이란 시장에서 기업간의 싸움이기 때문에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유경쟁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온다고 할수 없다.
물론 기업이 경영합리화나 기술개발을 통해서 경쟁에서 이긴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 자유경쟁이야말로 국부의 원천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사적이익과 사회적 이익간의 조화가 반드시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갈등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은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목표가 있기 때문에 사적이익
추구와 사회적 이익추구간에 갈등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아무리 경쟁이 중요
하다 할지라도 정부의 개입은 정당화될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사회적 이익추구란 명분아래
자의적인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이익이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사적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충돌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과 기준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의 방향설정과 관련
해서 업계와 전문가사이에도 논란이 있는 것같다.
업계의 입장은 국내외 경제환경변화를 감안할때 정부는 가능한한 모든
규제를 풀고 기업이 마음대로 뛸수 있도록 여건만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기업이 오랫동안 정부의 규제하에 있었던 것을 생각
하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경제력집중이 심각하고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이
사회적 정치적 세력화되고 있는 상황아래서 자유경쟁만이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경쟁이란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아직도 새로운 산업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팽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제거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한 첩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