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살 때 사람들은 먼저 안전성과 내구성을 따진다.

PC를 고를 때도 얼마나 이 기계가 튼튼한가를 생각한다.

그만큼 오랜기간 자주 써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심사숙고한다.

사실 하드웨어보다 더 오랜 세월 쓰게 되는 것이 소프트웨어(SW)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기종을 초월한다.

"보석글"이라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XT시절부터 펜티엄시대에 이르기
까지 쓰이고 아직도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다.

PC의 기종은 바뀌어도 소프트웨어는 변하지 않는 사례다.

하드웨어는 부분적인 교체가 가능하다.

사운드카드가 고장나면 PC에서 음악듣기를 잠시만 중지하면 된다.

소프트웨어에는 부분 고장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워드프로세서에 이상이 있으면 글쓰기를 중단해야 하고 운영체제프로그램인
도스가 망가지면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는 중독성이 있다.

새로운 기종으로 PC를 바꾼 사람은 금방 이전의 PC를 잊어버린다.

빠른 속도에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는 새 PC가 이전 것보다 훨씬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는 손맛이라는 것이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논리에 맞게 바꿔버리는 묘한 힘이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강력한 기능의 새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해서 옛친구와 쉽게 이별할 수는 없다.

새것을 사용하려면 이전 것들을 잊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또 예전 소프트웨어로 만들었던 모든 자료를 버리거나 새 프로그램에
맞게 변환시켜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한다.

한번의 하드웨어 선택은 3년을 좌우하지만 소프트웨어 선택은 10년을
좌우한다.

소프트웨어에도 내구성과 안정성은 중요하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