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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결코 크다고 할수 없는 자그마한 섬나라다.

그러나 경쟁력만큼은 강대국에도 뒤지지 않는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도 종합순위가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함부로 넘보기 힘든 경쟁상대임이 입증됐다.

이같은 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인가.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재직중인 장영철교수의 진단을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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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기회를 찾아 몰려든 중국계를 다수로 해 여러 민족이 공동체를
이룬 도시 국가이다.

싱가포르는 독립후 카리스마틱한 정치 지도자의 영도하에 인종 갈등,
이념적 갈등및 지역 분쟁의 회오리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고도의 경제
성장과 괄목할만한 부의 축적을 이룩해 주권 국가로서의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어떤 돌발 사태로 인하여 경제적 파국이 장기화 되거나 정치적
안정이 손상될 경우,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될 소지도 있는 작은
국가로써의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싱가포른에선 "경제성장/정치안정=국가 안위/존립"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국가 전략이 형성되고 있다.

즉 싱가포르는 후발국가들의 추월로 인해 경제 하강/불경기에 직면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온 국민이 긴장하고 경제 역동화(Dynamism)에 진력하고
있다.

날로 중대되는 경쟁적인 국제 환경 속에서 작은 도시 국가나 주권을 행사
하며 생존하기 위해선 국가의 경쟁력을 꾸준히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지상 최고의 명제이며, 정치 지도자와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공통
분모 역활을 해 왔던 것이다.

2000년대를 향하는 길목에서 싱가포르가 내건 장기 목표는 2030년까지
미국의 일인당 개인 소득을 따라 잡으며, 최소한 2020년까지는 네덜란드를
따라 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역동화(Dynamism)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생활의 질과 양,
국가의 주체성(Identity)개발, 세계도시(Globad City)로 발돋음 하려는 비전
(Vision)을 달성하기 위한 힘찬 행진을 쉬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다국적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정도로 싱가포르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이 최대의 무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도록 적극 유치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성장은 다국적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92년 까지의 제조업에 대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는 40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93년의 39억달러, 94년 3월 현재까지의 12억달러를 합하면
4백50억달러에 이른다.

또 제조업 분야의 총 투자의 약 75%는 외국기업 투자에 의한 것이며, 국내
기업의 투자는 25%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다.

현재 3천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의 주력산업들에(제조업,금융
서비스,정유산업등) 포진하여 싱가포르의 국가 경쟁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싱가포르를 해외 투자가들의 천국(Paradise)으로 만들려는 것은
싱가포르가 일관성있게 추구해온 국가적인 전략적 목표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다국적 기업유치를 위한 조치는 지난85년을 전후하여
전환점을 맞이하긴 하나 보강을 위한 것이지 방향전환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85년 이전에는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표가 비교 우위와 상호 호혜의
원칙에 입각하여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싱가포르를 생산/교역기지로 삼게
하는 것이었다.

85년 싱가포르에 불어닥친 불황은 증대되는 동남아 지역국들로부터의
경쟁에 직면한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취약점인 토지/노동생산요소의 한계를
노정시켰다.

비록 집중적인 처방으로 경제 불황을 단기간에 극복할수는 있었지만, 독립
(1965)후 처음 겪어 본 마이너스 성장(-1.6%)의 충격은 싱가포르를 전반적
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불경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것의 하나가 다국적 기업들의 활동과
무관치 않은, 생산요소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80년초 산업구조 개편을 시도 하면서 싱가포르 정부가 행산 일련의 조치들
(강제저축 고용자 기여분/고임금 정책/세금.정부 서비스료 인상등)이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율을 급격히 감소시켰으며, 싱가포르의 투자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79년부터 84년까지 총 임금 비용이 매년 10.1% 증가한 반면 평균 생산성
증가는 4.6%에 그쳤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영업수익이 다른 신흥 개발국들에서
올릴수 있는 수준을 크게 밑돌게 되어서 기존 외국기업들은 철수를 계획
하기 시작했다.

또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싱가포르가 유치 하려던 고부가가치의 첨단기술
산업의 배양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봉착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86년에 발족한 경제위원회는 경제개발청의 역할
재정립 외국인전문가들의 적극적 영입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게혜택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 위기를 국복했다.

이는 오늘날 싱가포르가 "세계의 교역중심"로 자리를 굳혀갈수 있도록
해준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