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와 서울시의 반대로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고속철 역사문제가
관계장관들의 합의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번 타협안은 서로의 명분과 체면을 살려주기위한 선택이었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중앙역사를 바꾸고 서울구간을 지하화 할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운임 손실만도 3년간 5조원에 달한다는 게 교통부의 분석이다.

일단 경부고속철도는 기존 경부선을 이용,원안대로 운행하고 2-3년뒤
지하공사와 호남선이 개통되면 노선과 중앙역을 통합운영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우선 고속철도와 같은 중요한 국가사업이 임시방편적으로 타협될 수 있는
사안이냐는 점이다.

2-3년간 사용하기위해 서울역사와 기존 경부선 철도를 보수 개조하겠다는
발상은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중공사로 인한 비용만도 경부선 보수공사 4천억원,서울역사 개조비
6백억원등 무려 5천억원에 이른다.

또 남서울역사가 들어설 광명시 일직동을 그린벨트지역에서 해제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그린벨트를 손쉽게 푼다면 정부의 그린벨트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고속철도 건설계획은 출발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데서
비롯됐다.

교통부는 경부고속철의 경우 서울역에서 하루 51회 일직역에서 64회등
모두 1백15회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역인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횟수가 적은 것은 수용능력이 그것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남고속철이 개통되더라도 호남선이용객들은 모두 일직역에서
내려야한다는 얘기다.

서울역은 결국 중앙역으로서 적절치 못했다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부및 호남고속철 건설계획은 이러한 이유등으로 앞으로 보완작업이
이뤄져야겠지만 국가사업중 졸속으로 추진된 대표적 사례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을것 같다.

<이성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