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0돌] 일, 경제력불구 '세계 리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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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돈을 한손에 끌어모아
경제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데 이어 정치적 위상을 대변하게 될
유엔안보리상입이사국으로의 진입도 눈앞에 다가온 인상이다.
미/일포괄경제협상등 대미관계에서도 ''예스''일변도로부터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으로 점차 변화헤가고 있다.
세계최고의 부자나라가 된 위력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져 21세기에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지도국이 될 것이란 주장은 일본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동조를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이유로 현재 일본이 보유한 경제력의
탁월함과 이를 지속시킬 여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과연 일본이 지난 반세기동안 자유시장경제를 지탱해온 미국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을까.
일본의 "엔카"와 "스시"가 록캔롤과 햄버거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보편성"을 갖게 될 수있을까하는 질문에 부딪쳤을때 간단히 일본이
지도국이 될 것이란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 세계를 제패한 시절의 영국과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최대의 채권대국으로 등장했다.
매년 1천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무역흑자를 만들어내면서 엄청난
해외투자를 해댄 덕택이다.
반면 종래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던 미국은 1987년이래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87년의 경우 미국의 대외총자산은 3백40억달러의 마이너스인 반면
일본은 2천4백7억달러의 플러스로 심화됐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6조3천7백79억달러와 4조2천
5백49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대략 3대1의 비율을 보이던 양국간의 GDP격차는
3대2로 급격히 축소됐다. 1인당GDP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미국의 1인당GDP는 약2만4천5백달러,일본은 3만4천달러가량으로
각각 추정된다.
일본의 발전은 2차대전에서의 패배이후 쌓아올린 것이다. 일본은 극빈
에서 정점까지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같은 성공은 일본이 2차대전이후 자본주의체제의 가장 적합하고
객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부상을 점치는 사람들은 일본이 갖고있는 여건을 높이 평가한다.
폴 케네디교수는 그의 저서 "21세기준비"에서 일본을 어느나라보다
21세기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있는 나라로 꼽고있다.
그는 "일본은 금융 통신혁명 다국적기업의 부상 신기술에 대한 대응등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있다. 교육수준이나 저축률도 높고 상품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2000년무렵 전체 국민총생산(GNP)규모가 미국에 거의 육박하고 경제적
으로나 기술적으로 현대화된 군을 창설할 수있는 충분한 능력도 갖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있다"고 전망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아탈리박사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세계의
중심지가 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경제발전의 근본적 토대가 될 수있는 금융산업에 있어서 이미 주요
중심지가 됐다. 세계 10대 은행가운데 8개가 도쿄에 있다.
다음 세기를 지배할 산업인 정보산업분야에서도 이미 일본은 확고한
우위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영한과 와타나베 쇼이치(도부승일)의 공저인 "아시아공엔권의 시대"나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도 모두 일본의 경제적 위상과
엔화를 통한 세계지도국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특히 "돈은 조국을 모른다"는 말로 돈(부)의 위력을
설명하고 있다.
돈의 통제는 주권의 핵심적 영역에 속하지만 이미 돈은 자국의 중앙은행
마저도 더이상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범국제적인 성격의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가진 국가의 힘은 그만큼 세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함축
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 꼭 장미빛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국제정치적 위상이라든지, 곧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의 부담,주변아시아국들과의 과거사에 얽힌 문제등이
"팍스저패니카"실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부상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전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폴 케네디는 21세기 일본은 고령화사회가 진척되면서 정부의 부담이
증가하고 저축률이 하락하며 노동인구는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본다.
세계질서에 기여할만한 정치리더십이 부족한 점,아시아의 핵확산, 중국
세력의 부상등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크 아탈리역시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 될 조건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지만 과연 전세계 인류를 포용할 만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낼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인다.
최근들어 미국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점도 일본주도설에 대한
주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장기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일본과는 달리 3%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IMD(국제경영개발원)의 국제경쟁력평가에서도 줄곧 1위를 달리던
일본이 미국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지만 "세계의 경찰관"이 될 만한 군사력을 갖는다는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21세기는 다극화체제로 선진국간의
협조운영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가 일본의 세기가 될지,미국의 세기가 이어질지, 선진국간의
협조시대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마쓰모토 가즈오("중국은 21세기를
지배한다"의 저자)씨의 지적처럼 중국이 새로 부상하게 될지는 현시점
에서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도 점점 무거워질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
경제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데 이어 정치적 위상을 대변하게 될
유엔안보리상입이사국으로의 진입도 눈앞에 다가온 인상이다.
미/일포괄경제협상등 대미관계에서도 ''예스''일변도로부터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으로 점차 변화헤가고 있다.
세계최고의 부자나라가 된 위력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져 21세기에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지도국이 될 것이란 주장은 일본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동조를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이유로 현재 일본이 보유한 경제력의
탁월함과 이를 지속시킬 여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과연 일본이 지난 반세기동안 자유시장경제를 지탱해온 미국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을까.
일본의 "엔카"와 "스시"가 록캔롤과 햄버거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보편성"을 갖게 될 수있을까하는 질문에 부딪쳤을때 간단히 일본이
지도국이 될 것이란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 세계를 제패한 시절의 영국과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최대의 채권대국으로 등장했다.
매년 1천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무역흑자를 만들어내면서 엄청난
해외투자를 해댄 덕택이다.
반면 종래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던 미국은 1987년이래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87년의 경우 미국의 대외총자산은 3백40억달러의 마이너스인 반면
일본은 2천4백7억달러의 플러스로 심화됐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6조3천7백79억달러와 4조2천
5백49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대략 3대1의 비율을 보이던 양국간의 GDP격차는
3대2로 급격히 축소됐다. 1인당GDP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미국의 1인당GDP는 약2만4천5백달러,일본은 3만4천달러가량으로
각각 추정된다.
일본의 발전은 2차대전에서의 패배이후 쌓아올린 것이다. 일본은 극빈
에서 정점까지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같은 성공은 일본이 2차대전이후 자본주의체제의 가장 적합하고
객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부상을 점치는 사람들은 일본이 갖고있는 여건을 높이 평가한다.
폴 케네디교수는 그의 저서 "21세기준비"에서 일본을 어느나라보다
21세기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있는 나라로 꼽고있다.
그는 "일본은 금융 통신혁명 다국적기업의 부상 신기술에 대한 대응등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있다. 교육수준이나 저축률도 높고 상품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2000년무렵 전체 국민총생산(GNP)규모가 미국에 거의 육박하고 경제적
으로나 기술적으로 현대화된 군을 창설할 수있는 충분한 능력도 갖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있다"고 전망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아탈리박사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세계의
중심지가 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경제발전의 근본적 토대가 될 수있는 금융산업에 있어서 이미 주요
중심지가 됐다. 세계 10대 은행가운데 8개가 도쿄에 있다.
다음 세기를 지배할 산업인 정보산업분야에서도 이미 일본은 확고한
우위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영한과 와타나베 쇼이치(도부승일)의 공저인 "아시아공엔권의 시대"나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도 모두 일본의 경제적 위상과
엔화를 통한 세계지도국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특히 "돈은 조국을 모른다"는 말로 돈(부)의 위력을
설명하고 있다.
돈의 통제는 주권의 핵심적 영역에 속하지만 이미 돈은 자국의 중앙은행
마저도 더이상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범국제적인 성격의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가진 국가의 힘은 그만큼 세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함축
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 꼭 장미빛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국제정치적 위상이라든지, 곧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의 부담,주변아시아국들과의 과거사에 얽힌 문제등이
"팍스저패니카"실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부상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전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폴 케네디는 21세기 일본은 고령화사회가 진척되면서 정부의 부담이
증가하고 저축률이 하락하며 노동인구는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본다.
세계질서에 기여할만한 정치리더십이 부족한 점,아시아의 핵확산, 중국
세력의 부상등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크 아탈리역시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 될 조건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지만 과연 전세계 인류를 포용할 만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낼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인다.
최근들어 미국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점도 일본주도설에 대한
주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장기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일본과는 달리 3%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IMD(국제경영개발원)의 국제경쟁력평가에서도 줄곧 1위를 달리던
일본이 미국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지만 "세계의 경찰관"이 될 만한 군사력을 갖는다는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21세기는 다극화체제로 선진국간의
협조운영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가 일본의 세기가 될지,미국의 세기가 이어질지, 선진국간의
협조시대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마쓰모토 가즈오("중국은 21세기를
지배한다"의 저자)씨의 지적처럼 중국이 새로 부상하게 될지는 현시점
에서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도 점점 무거워질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