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준과 통상을 연계시키는 블루라운드(BR)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정부도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각종 국제노동회의에 관계자를 파견, 동태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국제노동기구(ILO)협약과 상충되는 국내노동관계법개정등을 검토중이다.

노동부는 블루라운드가 발효되려면 개도국과 많은 선진국들이 반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때 적어도 4,5년은 지나야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6월 ILO총회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것으로 예상됐던 블루라운드가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들이 국제통상과 노동문제를 연계시키는
문제에는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바람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때 우리나라가 대응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앉아서 불이익을 당했던 점을 감안, 만반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노동부는 우선 올초 새로 발족된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등 국제기구에서 노동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국제회의를 개최할때마다
관계자를 파견, 동태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노동연구원박사, 대학교수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열어
블루라운드의 실체, 발효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등을 분석하고 있다.

삼성이나 포항제철등 민간기업들도 정보팀을 통해 블루라운드의 동향을
노동부에 문의하는등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부의 장재구국제협력과장은 "미국 프랑스등을 중심으로 WTO,OECD등에서
이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발효될 것"이라면서
"단지 그 시기가 언제쯤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블루라운드가 발효될 경우 첫 제재대상은 비교적 객관적 기준이 뚜렷한
유아노동과 강제근로등에 한정될 것으로 노동부는 관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고용부문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협약에는 취업의 최저
연령이 15세이상으로 돼 있으나 국내근로기준법에는 13세로 제한해 놓고
있어 이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블루라운드가 발효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소자 야간근로제한 규정도 국내법이 18세미만자에 대해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의 근로를 금지하고 있으나 ILO협약은 14세미만 아동에
대해 오후8시부터 오전8시까지로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또 강제근로 부문에서는 산업체병역특례제도가 경제활동에 포함되므로
"강요된 근로라 할지라도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을 갖는 작업은 강제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역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노동부는 이와관련, "입대를 하느냐 아니면 병역특례산업체에서 근무
하느냐는 강제규정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문제이므로 강제노동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결사의 자유및 단결권보호 부문에서는 ILO협약과 국내노동법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상당한 문제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노동조합법과 사립학교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단결금지, 사립학교교원
의 단결금지, 복수노조금지조항등이 ILO협약과 명백히 상충되며 제3자개입
금지조항도 ILO협약5조 "근로자단체, 사용자단체의 연합단체설립및 가입권
보장"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의 정치활동금지조항도 협약11조의 "가맹국은 근로자, 사용자가
자유로운 단결권행사를 할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과
상충된다.

노동부는 현재 국제노동기준과 다른 국내노동관계법을 손질한다는 방침
아래 노동관계법 개정위원회를 통해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기 내용등 구체적인 개정일정은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UR타결을 주도한 미국이 유럽연합(EU)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환경과 노동조건등을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국제변화에 맞춰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