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옛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두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성선씨(53)의 "벌레시인"과 이승하씨(34)의 "박수를 찾아서"가 화제의
시집. 두 시인은 섬세한 미적감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원형을 탐구하고있다.

이성선씨는 70년 "문화비평"으로 등단한 이래 "하늘문 두드리며" "몸은지
상에 묶여도" "새벽꽃 향기"등의 작품집을 통해 자연을 서정적으로 표현하
는 전통적인 시창작방법을 꾸준히 지켜온 시인. 이성선씨는 이번 시집에서
물질문명이 가져온 오염된 현실에 대한 상실감을조화로운 자연의 세계에 대
한 그리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산기슭/시간의 꼭지들이 산과일을 떨구며 구름의 음악소리를 내던 곳/
그소리 들으며 소에게 밥을 권하던 늙은이도 이사를 갔다/여위어가는 밤나
무아래 가난한 점쟁이집도 허물어졌다/늘어난 폐가/폐가 지붕위에 밤에는
늦달이 앉아 자살하는 모습도 보기 싫다/산은 밤에 울고 있다"("물을 들여
다보며"중에서) 이승하씨의 다섯번째 시집 "박수를 찾아서"는 고대이래 한
국인이 공유해온 집단무의식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시들을 담고있다.

"님을 생각하기만 하면/양볼이 달아오르는 것을/전들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가슴 점점 뜨겁게 달아올라/이 더러운 몸이,목숨이/끝내는 불붙
고 싶은 것을/전들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불귀를 위하여"중에서)
지귀가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마음속의 불이 자신의 몸을 태워 불귀신이
되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승하씨는 "삼국유사"에 실린 설화와 뱃노래, 자인팔광대, 북청사자놀음
등 민속놀이를 통해 한국인의 영혼과 원형적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