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가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문화 생활양식에까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으며 사회 기반구조를 밑에서부터 거대한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
교통수단이 국가간의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멀티미디어는
이미 지구촌을 이웃으로 묶어내고 있다.
발전된 기술에 힘입은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가 전통적인 시공간 개념을
흔들어버리고 있다.
국경선을 허물고 정보의 교환과 만남이 즉시 이뤄질수 있도록 한다.
자신의 책상앞에서 세계의 모든 사람을 즉시 만날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멀티미디어는 만들어가고 있다.
이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사회나 국가는 물론 개인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의 확보와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멀티미디어는 쌍방향 통신 기능을 가진 네트워크상에서 영상 음성 데이터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취급할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할수
있다.
현대 정보사회는 이제 멀티미디어라는 기준에 의해 그 사회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컴퓨터 정보통신 업체들이 오는 2000년까지 발표할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업종에 상관없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멀티미디어의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제각기 맡은 분야에서 머리를 짜내고 멀티미디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전통적인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그동안 개별 시장을 놓고 움직이던 각 산업분야를 핵융합시키는 거대한
용광로 역할을 떠 맡고 나선 것이다.
컴퓨터 정보통신업계는 물론 가전업체 영화사 방송사 출판사 항공사 대학등
정보가 전달되는 곳은 모두 멀티미디어라는 깃발아래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PC시장을 놓고 경쟁관계를 보였던 IBM과 애플사가 멀티미디어 앞에서는
"카레이다"라는 멀티미디어 전문회사를 함께 만들고 손을 잡았다.
휴렛팩커드는 벨사우스와 대화형 비디오 서비스를 위해 협력키로 했으며
실리콘 그래픽스와 디즈니랜드가 멀티미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를 정복하기 위한 기업의 합종연횡은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복잡하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를 위해 변신을 서두르는 기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앞으로의 정보사회는 멀티미디어를 사회 기간구조로 갖는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전통적인 CPU 제조업체였던 미 인텔은 화상회의시스템등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을 내놓고 멀티미디어의 강자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선 마이크로시스템 내셔널 세미콘덕터등 컴퓨터 업체들이 멀티미디어
관련제품의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시어스 백화점 ESPN 스포츠전문
유선방송사까지 멀티미디어를 얘기한다.
영화제작업자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는 일치감치 ILM사라는 멀티미디어
제작업체를 만들고 멀티미디어의 선구자로 변신했다.
통신회사인 벨 애틀랜틱사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비디오 프로그램 제작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영화를 비롯한 비디오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변환시켜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 투입할수 있게 하는 작업과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멀티미디어를 위한 각 기업의 조직변화도 두드러진다.
전통적으로 대형 컴퓨터에 강세를 보이던 IBM은 멀티미디어 조직을 신설
하고 정보사회의 새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M은 더이상 메인 프레임의 강자로 기억되기 보다는 디지털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환시킬 수 있는 회사로 평가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미 멀티미디어는 미래형이 아닌 현재형이며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에 발빠르게 뛰어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홈뱅킹 가정 의료 진단 시스템등 멀티미디어로 인해 상품성을
갖는 분야가 증가하고 있으며 게임과 영화의 결합, 캐릭터 산업의 성장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세계 각 기업은 멀티미디어시대를 맞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숨가쁜
개발경쟁과 시장확보를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이미 시작했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