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백여년에 걸쳐 활동했던 대표적인 화원화가들의 중요작품을 한데
모아 시대사조의 변화에 따른 회화양식의 변천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회가 마련돼 주목을 끌고있다.

16-30일 서울성북동 간송미술관(762-0442)에서 열리고있는 "조선시대화원
화가전"이 화제의 전시회.

한국민족미술연구소(소장 전영우)가 제47회정기전으로 기획한 이 전시회는
조선왕조 역대 화원화가 46명의 대표적인 명품으로 꾸며졌다.

화원화가들만의 작품만을 모은 기획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원 김홍도,고송유수관 이인문,혜원 신윤복등 정조이후의 뛰어난 몇몇
화원화가들의 작품만 널리 알려졌을 뿐 전해져내려오는 작품이 많지않아
전시회를 꾸미는 일자체가 어렵기때문이다.

따라서 미술애호가들조차 화원화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회화에 대한 접근이 사대부 문인을 중심으로 한
화가군과 도화서화원,즉 중인치 직업화가군등 양대작가군의 두 축을
포괄적으로 고찰할때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될수있다는점에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회화의 흐름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수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품작은 60여점.조선초기의 대표적명가인 안견(1410-?)의 "추림촌거"를
비롯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추금절지",김득신(1754-1822)의
"야묘도추" 등 당대에 명성을 떨쳤던 화원화가들의 작품이 망라된다.

이중 "추림촌거"는 숙종당시 고미술수집가였던 김광국이 갖고있던
"해동명화첩에 실려있는 작품. 안견의 유력한 진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조초기의 화원화가로는 안견이외에 그의 제자였던 석경(1440-?),
학포이상좌(1485-?)의 작품이, 16세기의 화원화가로는 이정근(1515-?)
유성업(1520-?) 이정(1578-1607)의 작품이 선보인다.

또 17세기에서는 김명국(1600-?)이덕익(1600-?)한선국(1602-?)이명욱
(1650-?)등 산수와 인물화에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며 18세기
에는 김홍도(1745-1821)신윤복(1758-?)최북(1738-1786)김덕성(1729-1797)
김희겸(1710-?)변상벽(1730-?),신윤복의 부친인 신한평(1735-?)등 회화사
적으로 비중있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고종때 도화서의 마지막화가로 심전과 함께 서화미술회 조선서화협회를
조직하여 후진을 지도했던 소림 조석진(1853-1920)의 작품도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연구실장은 "화원화가들은 어명이나 관명에 따라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신분의 한계때문에 화풍을 새로 창안해내지는
못했으나 완숙도높은 그림으로 화풍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고 밝히고 "이번전시는 조선시대회화의 흐름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