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여름 미국 MIT대학의 마이클 헤머교수가 발표한 논문
"리엔지니어링과 기업"은 일본과 유럽을 상대로 경쟁력 회복에 고심하고
있던 미국경영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논문이 미국기업들의 경영혁신에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큰 경영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리엔지니어링에 성공한 미국기업은 포드자동차 이스트먼케미컬 퍼시픽벨
AT&T GTE 모토로라 제록스 뮤추얼베네피트 IBM크레디트 시티은행 휴렛팩커드
월마트 오티스엘리베이터등 제조업체에서 금융 서비스 유통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융 프로세스에 리엔지니어링을 단행해 해당부서의
인원을 500명에서 125명으로 75%나 줄였다.

이는 리엔지니어링이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혁신적인 충격요법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준다.

이스트먼 케미컬은 지난80년대초부터 품질경영(TQM)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경영혁신을 자연스럽게 리엔지니어링으로 발전시켰다.

리엔지니어링이 경영학자등에 의해 체계화되기이전부터 기업에서 충격적인
재구축작업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 회사의 경우 미국의 10대 화학회사에 들지만 모회사인 이스트먼 코닥의
경영상황이 불투명해짐으로써 강도높은 경영기법을 찾아 나서게 됐다.

약2년6개월에 걸친 리엔지니어링 추진결과 이스트먼 케미컬은 자재조달에서
연 100만달러상당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둘수 있었다.

GTE는 정부의 개입으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됐던 전화사업부문에까지
리엔지니어링을 도입해 미국에서 리엔지니어링이 얼마나 널리 확산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 이와같이 리엔지니어링이 "필수과목"처럼 인식되게된
것은 우선 일본등에 비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온데 대한 위기감으로 보다
강력한 경영기법이 요구된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 있고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가
계량적인 실적에 근거해 철저하게 이뤄지는 기업문화로 인해 최고경영자로
부터의 개혁인 리엔지니어링이 쉽게 먹혀들수 있다.

이와함께 노동시장이 탄력적인 까닭에 리엔지니어링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할수 있었다.

우리나라나 일본등과달리 일시해고(레이 오프)같은 제도가 정착돼있어
리엔지니어링같은 충격요법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리엔지니어링은 미국의 경영풍토및 기업문화속에서 나온
"작품"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