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일종의 서민상대 사채업인 대금엄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데는
크게두가지 취지가 있다.

하나는 사채업을 양성화함으로써 지하금융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
들이려는 데 있다.

또 하나는 제도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을 사채업자들의 가혹한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채업자도 떳떳하게 간판을 내걸고 법률의테두리안에서 적법하게
"영업"을 하고, 남긴 이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라는 얘기다.

크게보면 사금융 양성화는 금융실명제를 완결하는 의미가 있다.

신분을 감추고 세금을 피할 수 있었던 마지막 사각지대가 금융실명제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도금융과 사금융으로 이원화된 금융시장을 모두 제도권으로
통합함으로써 금융산업의 발전과 선진화에 가속도를 붙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사실 국내 사채시장의 실태를 보면 정비의 필요성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변칙과 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이자나 수수료등을 따로받아 광고만 보고 찾아갔다간 봉변을 당하는
수가 허다하다.

또 갚기로 돼있는 날짜를 하루만 넘기면 담보로 맡긴 부동산등이 곧바로
넘어가 버리는 게상례이고 심지어는 유령업소에서 사기를 당하는 수도
있다.

더군다나 사채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자체가 대부분 "음성자금"이다.
불법적인 경로로 조성됐거나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돈이다. 그래서
사채시장이 돈세탁과 탈세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약점때문에 사채시장에 돈을 맡긴 전주들도 종종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실태를 감안하면 사금융 양성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과연 사채업자들이 햇볕아래로 나오겠느냐는 점이다.

자격과 자금의 출처를 따지지 않고 등록만 하면 가능하게 한다지만
사채업을 하는 "사람"과 "자금"의 속성상 공개를 꺼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72년의 8.3조치(신용협동조합및 상호신용금고 단기금융업 도입)와
82년의 추가적인 사금융양성화(상호신용금고및 투자금융사 추가인가)때도
큰성과를 얻지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요즘도 금융실명제를실시한지 1년이나 됐지만 금융기관 예탁계좌의
5.2%(5백34억원)가 아직도 실명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매년 10%씩 최고 60%의 과징금을 감수하더라도 얼굴만큼은
밝힐수 없다는 돈들이다.

원금의 절반이상을 날리고도 양성화를 않는 게 이정도인데 일단 실명제를
피해있는 자금들이 몰려있는 사채시장의 양성화가 잘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재무부의 발표가 나자 서울명동 주변의 사채시장에서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처음에는 양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사건이 나면 돈줄을 캐게 마련이어서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한번 이름이 드러나면 다시는 숨을 수 없어 "위험한"일이기도 하지만
당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더군다나 대금업이 도입되더라도 서민들이 돈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텐데 세금을 내가면서 까지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경우도
있었다.

등록을 하지않은 사채업자에 대해 초강경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등록업자는 소수에 불과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오히려 대금업의 취지는 살리지 못한채 음성자금의 세탁만 도와주는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은 담보력이 취약한 서민층을 위한 대출원을 확충해 사채업자들의
입지를 위축시킨뒤 양성화를 추진하는 게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정만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