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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619) 제3부 정한론 : 원정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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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보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은 긍정의
    표시였다. 그러자 산조가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영국공사 퍼크스가 직접
    나를 찾아왔었는데,태도가 여간 강경하지가 않더라구요.

    서양 여러 나라,특히 영국과 미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단행할 경우
    문제가 여간 어려워지지 않을것 같다니까요"

    이와쿠라는 여전히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오쿠보가 물었다.

    "우대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 무거운 신음을 한번 하고나서 이와쿠라는 힘없이 말했다.

    "보니까 벌써 신중쪽으로 의견들이 모아진 것 같은데, 나도 그에
    따르죠"

    자객들의 습격에서 요행히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그 충격이
    이만저만 큰게 아니어서 그 뒤로 이와쿠라는 매사에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흐릿하고 멍해 보였다.

    오쿠보는 씁쓰레한 표정으로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신중히 다시 검토하기로 하고,일단 보류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군요. 결코 중지는 아닙니다. 보류, 즉 연기를 하는 겁니다. 이의가
    없으시죠?"

    세사람은 모두 동의를 했다.

    오쿠보는 즉시 지시를 내려 나가사키의 원정군 사령부에 전신을
    보냈다.

    도쿄의 태정관으로부터 전신 통고문을 받은 사이고 쓰구미치는 혼자서
    분노를 터뜨렸다.

    "뭐 이래! 이제 와서 연기라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통고문에는 사정에 의하여 대만 정벌을 일단 연기한다는 것과 대만
    사무국장관으로 임명되어 총책임을 맡고있는 오쿠마에게 도쿄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쓰구미치는 곧 오쿠마와 만나 의논을 했다.

    오쿠마는 오쿠보가 구미사절로 떠날때 태정관에 잔류시켜 놓았던,
    오쿠보의 끄나풀 같은 그런 사람이어서 도쿄로 돌아오라는 오쿠보의
    통고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였다.

    "오쿠마공,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쓰구미치는 벌컥 화를 내듯 내뱉었다.

    "태정관에서 대만 정벌을 연기한다고 결정을 내렸으니,우리는 따르는
    수밖에 없지 않소"

    "이제 와서 연기를 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만반의 준비를 완료해
    가는 이 판국에 도대체 연기가 뭡니까? 말이 연기지, 오쿠마공을 도쿄로
    소환하는 걸 보니 흐지부지 중지하려는게 틀림없어요. 누구를 놀리는
    건지 뭔지 모르겠군요"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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