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이루었던 오색단풍이 정상부터 서서히 시들기 시작하면 산은
늦가을로 접어든다.

이때쯤이면 낙엽과 어우러진 억새풀밭의 장관은 짙은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목화송이처럼 하얀꽃을 피우고 드넓은 초원이나 주능선을 따라 황금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군락을 헤치며 걷다보면 시간이 멈춘듯
끝없는 낭만에 빠져들게 된다.

이달 하순부터 늦게는 12월초까지 즐길수 있는 억새풀명산(한국등산중앙
연합회 조승렬이사 <팬더산악회> 추천)을 안내한다.

<<< 명성산 >>>

경기도 포천군 운천면의 명성산(923m)은 정상부근의 드넓은 초원에 만발한
억새풀이 내려다 보이는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어우러져 만추의 정취를
만끽할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산정호수 상류인 윗산안마을에서 시작되는데 계곡을 끼고 가다가
정상 못미쳐 아찔바위를 통과하는 난코스가 있긴하나 전체적으로 등산로가
잘 개발되어 초심자도 무리없이 산행할수 있다.

명성산 정상부근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밭지대인데 요즘 억새풀이
목화송이처럼 하얀꽃을 피워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 서면 오성산(북쪽) 백암산(동북쪽) 광덕산(동쪽) 백운산(남쪽)등이
보여 명성산이 전망대위치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수 있다.

정상에서 하산도중 동쪽사면을 보면 한적한 억새풀밭지대가 펼쳐져 있다.

삼각봉을 올라 약 15분쯤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오며 좌측으로 펼쳐진
억새풀밭사이로 난 등산로가 약30분간 계속된다. (총산행시간 5시간)

<> 교통 =서울상봉터미널에서 운천가는 직행버스가 새벽 5시20분부터
20분간격으로 있으며 운천에서 산정호수행 시내버스가 수시운행한다.

<> 별미 =운천리의 운천막국수집(0357-32-5748)의 순메밀로 만든 막국수와
시원한 동치미가 일품.

<<< 무등산 >>>

광주시내를 감싸고 있는 무등산(1,187m)도 빼어난 암석미와 억새풀밭을
자랑하며 늦가을 길손을 유혹하고 있다.

무등산의 가을철은 규봉암의 단풍과 장불재, 백마능선의 억새풀이 절경을
뽐낸다.

무등산 서석재일대는 부분적으로 개방한다.

서석재는 토요일 오후 1~3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에는 오전10~오후3시까지만
개방되며 입석대는 상시 개방되나 중봉~장불재를 통한 지정등산로만 올라야
한다.

무등산은 증심사 원효사 지원동 이서면등 4곳 어디서나 등산을 시작할수
있으나 증심사를 출발, 입석대와 규봉암을 거쳐 원효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5시간소요)

중머리재를 거쳐 20여분 오르면 광주와 화순의 경계인 장불재 넓은 초원이
나온다.

장불재에서 백마봉까지 이어지는 백마능선에 억새풀이 광범위하게 널려있어
매년 이곳에서 "무등산갈대제"를 지내고 있다.

<> 숙박.별미 =증심사나 원효사입구에 숙박업소와 음식점 즐비.

원효사입구의 산해가든(062-262-6678)이나 증심사입구의 다례정에서
토종닭백숙등의 토속음식을 맛볼수 있다.

<<< 천황산 >>>

경남 밀양군 산내면에 있는 천황산(1,189m)은 125만여평의 광활한
사자평고원에 전개된 억새풀밭의 장관으로 잘 알려진 명산이다.

속칭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산은 웅장한 산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평원에 물결치는 황금빛 억새풀의 절경은 늦가을 여심을 사로잡기
에 충분하다.

천황산을 오르는 대표적인 길은 표충사에서 비롯된다.

왼쪽계곡을 따라가면 홍룡폭포와 층층폭포를 거쳐 사자평분교인 고사리
학교에 이른다.

이곳에서부터 타원형양초가 타다꺼진 모습의 사자평고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고원분지는 온통 나무한그루없는 억새풀밭이다.

꿈길같은 억새밭능선길을 내려서면 네갈래길이고 똑바로 능선을 오르면
정상이다.

얼음골을 거쳐 풍치절경의 가마볼협곡에서 마감하는 총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 교통 =서울역~밀양 경부선열차이용, 밀양~표충사 직행버스 20분간운행,
밀양~남명리(얼음골) 1시간간격 버스운행

<<< 민둥산 >>>

강원도 정선군 남면 별어곡과 증산사이에 펑퍼짐하게 솟아있는 민둥산
(1,119m)은 수십만평에 달하는 주능선일원이 온통 키를 넘는 억새밭으로
뒤덮여 있어 11월이면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억새풀명소.

능선을 따라 정상에 이르기까지 30여분간이나 억새풀밭을 뚫고 걸어야할
정도다.

또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쪽 지억산으로 이어지는 긴능선이 마치 황금가루를
뿌려놓은듯 억새군락으로 덮여 있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산행코스는 증산국교~서북릉~정상~밭구덕마을~증산역으로 총 8.5km의
거리에 약 4시간이 소요된다.

<<< 달마산 >>>

한반도 남쪽 서남쪽 끝 전남 해남땅에 자리잡은 달마산(489m)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침봉들 사이에 넓은 억새풀밭을 감추고 있어 이색적이다.

산행은 주로 미황사에서 시작되는데 정상까지는 40분이면 오를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정상서 북릉을 따라 약 15분정도 내려가면 바로 억새풀밭이 펼쳐진다.

바위와 바위사이에 난 좁고 긴 길에 억새풀밭이 형성돼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할수없는 풍경이 전개된다.

< 노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