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20) 제3부 정한론 : 원정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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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마는 할 말이 없었다. 쓰구미치의 말이 백 번 타당하지 않는가.
그동안 출병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르는데, 이제 와서
연기한다고 자기에게 도쿄로 돌아오라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태정관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오쿠마는 곤혹스럽기만 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명령대로 도쿄로 돌아가실 겁니까?"
"음-" "대답을 해 보세요"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안됩니다. 명령도 명령 같은 명령이라야 따르지,그따위 명령은 거역
해도 상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이오? 말해보오"
"예정대로 정벌을 감행하는 겁니다. 출병 명령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엉뚱하게 연기 명령이 내려오다니.연기는
얼버무리기 위한 말이고, 그건 곧 중지를 의미하는 겁니다.
우리 병사들이 그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애요? 대만이 아니라,
이곳 나가사키에서 폭발하고 말겁니다"
오쿠마는 괴로운 듯 미간에 깊은 주름을 접으며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오쿠마의 그런 표정부터가 못마땅한 듯 쑤구미치는 냅다 내뱉었다.
"나는 할 거예요. 혼자서라도."
육군중장인 사이고쓰구미치는 그때 스물여덟 살이었다.
한창 피가 끓는 나이의 청년장군이니,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단독으로
라도 대만 정벌을 감행하겠다는 것이다.
오쿠마는 번쩍 두 눈을 떴다.
그러나 말없이 두려움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인 듯한 그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쓰구미치는 휘하 지휘관인 육군소장 다니다데키, 해군소장
아카마쓰노리요시와 사태를 협의했다.
그 두 사람도 전적으로 사령관인 쓰구미치의 의견에 찬동했다. 상관의
의견이기 때문에 찬동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젊은 장군이기
때문에 생각이 똑같았던 것이다.
원래 군인이란 전쟁을 전제로 한 존재이니,전투가 있어야만 비로소
제 본분을 다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의 반란을 진압하는 것도 아닌,해외 원정이라는 신명나는
전쟁을 준비하여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터인데,난데없이 연기 즉
중지라니,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계획대로 당장 출동을 단행합시다"
"내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두 지휘관의 말에 사령관은 어금니를 물며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2일자).
그동안 출병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르는데, 이제 와서
연기한다고 자기에게 도쿄로 돌아오라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태정관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오쿠마는 곤혹스럽기만 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명령대로 도쿄로 돌아가실 겁니까?"
"음-" "대답을 해 보세요"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안됩니다. 명령도 명령 같은 명령이라야 따르지,그따위 명령은 거역
해도 상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이오? 말해보오"
"예정대로 정벌을 감행하는 겁니다. 출병 명령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엉뚱하게 연기 명령이 내려오다니.연기는
얼버무리기 위한 말이고, 그건 곧 중지를 의미하는 겁니다.
우리 병사들이 그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애요? 대만이 아니라,
이곳 나가사키에서 폭발하고 말겁니다"
오쿠마는 괴로운 듯 미간에 깊은 주름을 접으며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오쿠마의 그런 표정부터가 못마땅한 듯 쑤구미치는 냅다 내뱉었다.
"나는 할 거예요. 혼자서라도."
육군중장인 사이고쓰구미치는 그때 스물여덟 살이었다.
한창 피가 끓는 나이의 청년장군이니,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단독으로
라도 대만 정벌을 감행하겠다는 것이다.
오쿠마는 번쩍 두 눈을 떴다.
그러나 말없이 두려움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인 듯한 그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쓰구미치는 휘하 지휘관인 육군소장 다니다데키, 해군소장
아카마쓰노리요시와 사태를 협의했다.
그 두 사람도 전적으로 사령관인 쓰구미치의 의견에 찬동했다. 상관의
의견이기 때문에 찬동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젊은 장군이기
때문에 생각이 똑같았던 것이다.
원래 군인이란 전쟁을 전제로 한 존재이니,전투가 있어야만 비로소
제 본분을 다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의 반란을 진압하는 것도 아닌,해외 원정이라는 신명나는
전쟁을 준비하여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터인데,난데없이 연기 즉
중지라니,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계획대로 당장 출동을 단행합시다"
"내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두 지휘관의 말에 사령관은 어금니를 물며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