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지난2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6.68엔에 폐장함으로써
또다시 전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엔화강세는 달러가치의 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는 벤슨 미재무장관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엔화강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말할것도 없이 일본의 막대한
무역수지흑자 때문이다.

일본은 해마다 1,300억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로 생긴 달러를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여 해외에 투자함으로써 외환수급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게된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더이상 해외투자를 할 여력이 없게 되었고 따라서
달러매입수요도 자연 위축되기에 이르렀다.

무역수지흑자를 자본수출로 조정할수 없다면 무역수지흑자 자체를
축소해야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수출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우며 높은
물가와 거품파열로 내수도 활발하지 못하다.

이때문에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제한,수입물량할당등
물량조정을 통한 무역수지균형은 어려우며 따라서 남은 길은 환율절상밖에
없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엔화강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한국은행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총수출의 89.3%,총수입의 77.7%가
달러결제이며 엔화결제는 총수출의 6.3%,총수입의 14.5%로 수입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6%보다 0.9%포인트가 높아졌다.

또한 올 상반기중 일본과의 수출입에서 엔화결제비중을 보면 대일수출
57억8,000만달러의 46.2%인 26억7,000만달러,대일수입 107억,1,000만달러의
57.2%인 61억3,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액중 엔화결제의 비중이 높아지는 까닭은 일본기업들이
환위험을 우리측에 전가하기 위해 엔화결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계,핵심전자부품등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환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우리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기계나 핵심부품의
대일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지만 하루아침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와같은 노력에 병행해서 단기적인 대응방안으로 일본기업의 국내투자
또는 합작투자를 장려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습득,무역수지적자 축소,환위험해소 등의 효과를
도모할수 있을것이다.

한편 이같은 투자확대는 일본에도 엔고현상에 따른 원가부담경감,해외
시장의 안정적인 확보 등의 이익을 가져다 줄수 있으며 두나라 사이의
무역마찰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3일자).